中, 구글사태 美에 `톤 다운`

중국이 구글 사태와 관련, 중국 본토에서 철수키로 한 구글은 비난하면서도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난공세를 하지 않는 등 사태 초기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양국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 차원의 문제로 비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본토에서 철수하겠다는 구글의 결정은 개별기업의 행위”라고 의미를 축소하면서 “이를 중.미 관계와 중국의 이미지 훼손 등과 결부시키는 것은 침소봉대이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 대변인의 이 발언은 구글이 본토에서 철수한 것은 개별기업의 시장행위일 뿐, 이 일로 양국 관계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가 이를 배후조종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인터넷 검열 문제에 대해 “우리는 국가안전과 사회 대중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다른 국가의 조치와 국제 관행에 부합하며 중국은 앞으로도 법에 근거해 인터넷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로 인터넷 검열 강도가 완화되지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구글이란 1개 기업이 철수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 검열은 결코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구글의 철수 소식이 알려진 뒤 중국의 비난공세는 구글 자체에 국한됐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도 23일 성명을 내고 “구글이 중국 내 검색서비스를 중단하고 해킹 피해 책임을 중국에 돌린 행위는 중국 정부와 명문화한 약속을 깨는 일이자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지만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화살을 겨누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구글이 지난 1월 철수를 경고한 사태 초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중국은 미국 백악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잇따라 중국 측을 비난하자 외교부와 공업정보화부 등 각 부처별로 성명을 내고 강경하게 맞대응했다.

미국 정부 역시 중국 정부에 대해서는 비난 공세를 자제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마이크 해머 대변인은 “구글과 중국 정부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실망했다”면서도 “미.중 관계는 서로 차이를 인정할 만큼 성숙했기 때문에 중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사안에 관해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의견 충돌이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솔직하게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는 미.중 양국이 최근 각종 민감한 이슈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도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양국은 대(對)대만 무기판매 문제와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 문제, 환율 절상문제, 무역마찰 등 각종 현안으로 갈등을 겪었지만 최근 갈등 봉합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지도부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2일 “돌이켜 보건대 중.미 양국은 갈등과 차이를 하나씩 해결해왔고 (그런 결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더 가까워져 왔다”면서 “전략경제대화가 양국간 갈등과 문제를 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3일 브리핑에서 전략경제대화가 5월말에 베이징에서 열린다고 소개하면서 “양국은 양국 관계를 비롯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이면서 전면적인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양국 관계가 각종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지만 4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와 5월말 전략경제대화 등 굵직한 현안이 있는 만큼 상반기 중에는 관계가 큰 틀에서는 봉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