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1부-10>실감 영상의 주역 ‘3D 소프트웨어’

[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1부-10>실감 영상의 주역 ‘3D 소프트웨어’

피사체. 이를 입체적으로 찍기 위한 두 대의 카메라. 그리고 카메라 연결을 위한 리그. 여기에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 3차원(3D) 입체 영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숨은 주역이 또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SW)다. SW는 3D 입체 영상을 가장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에 힘을 입은 3D 입체 영상을 가장 현실감 있게 만드는 게 바로 SW 몫이다. 입체 영상은 아니지만 사실감을 높여주는 3D 그래픽 SW도 실감미디어 세상을 더욱 넓혀 준다. 3D 그래픽은 제조업에서 건축 분야까지 활용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록 범위가 넓어졌다.

 #아바타 성공 주역 ‘SW조력사’

 영화 아바타는 입체 효과뿐 아니라 가상 영화 촬영 기법을 이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새로운 유형의 퍼포먼스 캡처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배우 얼굴 이미지를 계속 캡처하는 카메라가 장착된 헤드장비와 함께 특수 제작된 보디 슈트를 착용했다. 캡처한 데이터를 또 다른 시스템으로 전송하면 실제 배우의 실시간 이미지가 CG 아바타로 나타난다.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라는 제작사와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볼륨’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이 방식으로 배우 몸짓과 행동을 직접 컴퓨터 그래픽화했다. 가상 카메라가 배우 쪽으로 향하면 CG 캐릭터가 된 배우를 실시간으로 보고 감독은 자신이 의도한 대로 촬영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들 SW로 아바타 가상 세계에 마치 실사를 보는 듯한 시각적인 효과를 부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정밀한 비주얼 효과도 구현할 수 있었다.

 풀잎 하나부터 모든 생명체, 우주선, 떠다니는 산과 배경에 이르기까지 가상 세계의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데에도 SW를 사용했다. 이렇게 만든 CG와 실사를 합성하는 데에도 역시 SW의 힘이었다. 아바타는 3000개 이상의 시각 효과 장면뿐 아니라 실사와 CG 세계를 합성한 작품이다. 그린 스크린 앞에서 배우를 촬영한 다음 배우의 동작을 3D 가상 세계로 완벽하게 덮어씌우는 방식의 작업을 수행해야 했는데, 이 작업에도 역시 SW가 큰 역할을 했다. 제임스 카메론 팀은 이를 위해 미국 오토데스크의 ‘모션빌더’와 ‘마야’, 어도비의 포토숍 등 다양한 SW를 사용했다.

 아바타에 사용된 또 다른 새로운 모션 캡처 기법은 얼굴 퍼포먼스 대체물(FPR:Facial Performance Replacement) 기법으로 카메론 감독은 이 기법을 사용해 배우의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작업할 수 있었다. 주요 장면이 촬영된 이후 변경되는 모든 대사는 배우가 보디 슈트 또는 헤드장비를 다시 착용하고 재촬영하지 않고도 완성된 장면으로 완벽하게 접목했다.

 #3D그래픽, 모든 산업에 걸쳐 활용

 세계적인 비행기 제조사인 보잉은 3D 그래픽만으로 단 한 대의 시제품 없이도 비행기를 만들어낸다. 2D로 디자인한 제품을 제작해 만들어보고, 이를 수정 보완하는 것은 이제 옛 말이다. 3D 그래픽으로 가상 시제품을 만들고 실제와 똑같은 테스트와 실험을 거친다. 생산 라인에서 완제품 제작이 들어가기 전까지 오로지 3D그래픽 가상 세계에서 모든 제작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원자재를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폐기물도 없다. 더욱 빠르게 독특한 건축 설계를 실현할 수도 있다. 실제로 ‘새 둥지(버즈 네스트)’로 불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주경기장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상하이 월드파이낸스센터 빌딩은 다소시스템이라는 설계 SW 기업의 3D 기반 시뮬레이션 솔루션과 기술력이 사용됐다.

 이뿐 아니라 건물이 지어질 지역의 일조량 분석을 통해 최적의 조명, 난방 시스템을 예측하고 어떤 자재를 이용했을 때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까지도 3D그래픽 설계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분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공 오류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건축물 폐자재 등 환경파괴적 요소를 사전에 감지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오토데스크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작년 국내 20대 건설사 35%가 3D 모델링을 이용한 시공성을 검토했거나 사용하고 있다. 50%가 3D 캐드를 활용한 간접 빌딩정보모델링(BIM) 효과를 구현한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D 설계는 특수한 제조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임플란트 전문기업 메가젠은 다소시스템의 카티아(CATIA) PLM 솔루션을 도입해 임플란트 설계 혁신을 일으켰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국가대표’는 스키점프를 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촬영하기 위해 사전에 3D로 점프 장면을 수차례 시뮬레이션해보고 촬영 각도와 화면 구성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 외산이 장악, 국산 기술 키워야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중요한 3D 관련 SW 국산 비중은 매우 낮다. 대부분의 3D 영화에는 오토데스크의 ‘모션빌더’와 ‘마야’를 비롯해 어도비시스템스·다소시스템 등 외국 업체의 SW가 사용된다. 온라인 게임도 외산 3D 게임 엔진에 의존한다. 3D 게임인 엔씨소프트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 등 대작 게임 대부분이 에픽게임스·크라이테크 등 해외 게임 엔진을 쓴다. 에픽게임스 3D 게임엔진인 ‘언리얼3’는 한 게임당 로열티가 100만달러에 달한다. 50억∼100억원에 이르는 대작 게임을 개발하면 전체 제작비 10∼20%를 로열티로 외국 기업에 주는 셈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시지웨이브 등이 3D 그래픽 SW를 개발해 내놓았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3D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작 3D 콘텐츠 제작 SW의 외산 의존이 심각하다”며 “관련 하드웨어 산업에 맞춰 SW 산업도 동반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