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섹션톱/취재/LCD업계, 중국 팹 건설 진퇴양난, 양사 냉정하게 실리 따져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LCD 팹 공장 진출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계획을 수립할 때와 달리 중국 정부의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진출 이점은 크게 약화됐으나 수뇌진까지 총동원된 과열 경쟁으로 발을 빼기도 어려운 상황에 몰린 것이다. 양사가 함께 중국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진 가운데, 한 개 업체만 승인을 얻을 경우 엄청난 후폭풍까지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LG의 자존심 경쟁까지 얽히면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해외 LCD 업체 유치를 위해 내세웠던 각종 인센티브는 상당부분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중국 정부는 6세대 이상 대면적 LCD 팹 공장 유치를 위해 20조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중국 성(省) 정부들은 공장 부지 이용은 물론 각종 세제 지원까지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대만, 일본 업체들까지 경쟁적으로 공장 건립을 신청하자 성 정부 정책을 조율하는 중국 중앙 정부의 입장이 달라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중국이 해외 LCD 업체 유치를 위해 내세웠던 공장 부지 및 세제 지원 등의 각종 인센티브가 중국 중앙 정부 조율 과정에서 축소됐다”며 “하지만 각 업체의 인센티브가 모두 달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각 성 정부와 신청 업체들은 공장 건립 계획, 기술이전 계획 및 각종 인센티브 등의 항목들을 경쟁 프리젠테이션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업계에서는 인센티브를 포기하면서까지 중국에 진출해야 하는 지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포기하기도 힘들지만, 세계 1·2위 업체로써 갖춘 기술 및 양산 주도권까지 양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태와 달리 삼성과 LG의 경쟁 심리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미 사활을 건 경쟁으로 확대돼 퇴로가 없어졌다.

 최근 중국 최종 승인이 임박하면서 시장에는 ‘삼성전자가 유리하다’ 또는 ‘LG디스플레이가 승인을 받을 것이다’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고 있다. 중국 정부 특성상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유입되면서 소문의 진원지가 의심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패키지 딜 설, 낙점설 등은 상대편에서 퍼트리는 역정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과 LG가 자존심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과열되는 양상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정부 승인 결과, 이후 경쟁 후유증에 따른 갈등을 어떻게 봉합해야 할 지에 대해 심사숙고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산 경쟁력은 물론 기술에서 세계 LC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못 짓는다고 해서 당장 큰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중국이라는 시장도 중요하지만, 세계 LCD 시장 주도권을 한국이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대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