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퇴진 23개월 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24일 복귀했다. 삼성전자 대표는 최지성 사장이 그대로 유지하지만 그룹 전반 업무는 직접 챙길 것으로 보여 경영 전반의 조직·인사 혁신이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이 회장 복귀의 대외적인 명분으로 안팎의 위기 상황을 꼽아 ‘큰 그림’ 차원의 위기 돌파를 위한 장기 비전과 이에 따른 후속 인사와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건희 회장이 오늘(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인용 삼성그룹 부사장(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사장단협의회가 지난 2월 17일과 24일 이건희 회장 경영복귀 문제를 논의한 끝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글로벌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이 회장의 경륜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복귀 요청 건의문을 작성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지난달 24일 이 회장에게 전달해 한 달여 고심한 끝에 어제(23일) 최종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비자금 폭로에 따른 특검 수사로 2008년 4월 22일 퇴진을 선언한 이후 23개월 만에 삼성전자 회장 타이틀로 전격 복귀했다.
이 회장이 복귀하면서 이를 보좌할 회장실이 신설되며 사무실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42층에 마련할 예정이다. 삼성은 이 회장 복귀에 맞춰 사장단 협의회 산하의 업무 지원팀·법무팀·커뮤니케이션팀을 브랜드 관리실과 윤리 경영실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공식 트위터(@samsungin)로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소감을 전했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 내부는 물론이고 재계도 환영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이 전 회장의 이번 복귀 결정은 바람직하다”고 논평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삼성그룹이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서 위상과 핵심역량을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