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24일 지식경제부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총괄할 전략기획단장에 선임됐다.
전략기획단은 지경부의 R&D사업 방향과 예산 배분을 결정하는 새로운 기구다. 연간 4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R&D 자금의 집행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R&D 자금 집행을 더욱 효율적이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영입했다”면서 “청와대의 재가를 얻어 이날 황 사장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에서 R&D를 직접 지휘한 분이 추진단장으로 왔으니, 정부 R&D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야 기업에 도움이 될 지를 꿰고 있을 것”이라면서 “산업기술 분야의 R&D가 기업과 수요자 지향적으로 전환할 큰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그동안 기업에 지급된 R&D 자금이 정확한 평가없이 집행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기업가 출신 영입을 추진해 왔으며, 황 전 사장의 혁신성과 경영능력이 높이 평가받으면서 선임하게 된 것으로 설명했다.
황 전 사장은 앞으로 최경환 지경부 장관과 공동으로 단장을 맡아 전·현직 CEO, 학계·연구기관 전문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전략기획단을 지휘하게 된다. 민간 출신의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 5명을 선발해 주요 산업분야별로 R&D 과제를 선정하고, 평가·조정·사업화를 책임질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전략기획단장이 지경부 뿐만 아니라 국가 전반의 R&D 예산을 총괄하는 이른바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역할까지 맡는다는 시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관계자는 “황 전 사장은 앞으로 지경부의 R&D 업무를 관장하는 것이지 전체 국가 CTO를 맡은 게 아니다”면서 “국가 CTO는 새로운 직제를 마련해야하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과기계의 한 단체장은 “국가 CTO는 약화된 기초·원천, 중장기 연구 분야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각 부처에 흩어진 R&D 기능을 조율할 사람이지 특정 부처에 속할 수 없다”면서 “기재부가 쥔 예산 배분권을 가져와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위가 주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정지연·이진호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