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디지털 시대의 신인류 호모 나랜스

[클로즈업]디지털 시대의 신인류 호모 나랜스

 ◇디지털시대의 신인류 호모나랜스

 한혜원 지음. 도서출판 살림 펴냄.

 

 디지털 매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지금 감히 누가 미래 문화 산업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을까. ‘아이폰’이 지구촌 전역에서 새로운 모바일 풍속도를 만들어낸다거나, 고작 영화 ‘아바타’ 한 편이 3차원(3D) 영상 시대의 개막을 알릴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신기술에 열광하는 이른바 얼리 어답터들은 아이폰과 아바타의 성공에만 주목할지 모른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매체가 아니라 ‘이야기’다.

 애플은 혁신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소비자들의 경험을 변화시키면서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애플만이 제공할 수 있었던 수많은 이들의 체험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들은 어쩌면 애플의 제품을 샀다기보다는, 사람들의 축적된 경험과 이야기들을 소비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과 이야기를 보태 또 하나의 창조적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호모 나랜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과 매체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의 스토리 텔러이자 신인류다.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 문화는 개개인의 삶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성을 극대화시킨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듣고 읽는 행위가 특정 매체나 시·공간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단순한 독자·시청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함께 창조하는 적극적인 향유자다.

 이 책은 디지털 세상의 호모 나랜스들이 더 유쾌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기 위해 어떻게 진화해 가는지, 그 엄청난 세계를 들여다본다. 일본 만화에서 게임, 현대 미술에서 상품 광고에 이르기까지 문화 산업 전반에 걸쳐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의 생산과 소비 과정을 추적한다.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는 상상력과 테크놀로지, 문화와 산업, 존재론과 시장이 만나는 거대한 접합 지점이기에 흥미를 더한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대목은 이제 더 이상 수동적인 수용자는 없다는 점이다. 셀 수 없이 많은 트위터·블로그들에서는 적극적인 호모 나랜스들이 넘쳐나고, UCC·게임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디지털 시대 호모 나랜스들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성공적인 스토리 텔링이 가능하다는 결론은 문화 산업을 초월해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주지 않을까 싶다. 1만2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