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마음읽기` 감동으로 이어진다

 ‘강나루 건너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시인데, 시의 본래 의미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끔은 유유자적한 삶을 꿈꾸며 이 시를 떠올리곤 한다. ‘유유자적 물 흐르는 듯함’은 사실 내 삶의 목표라기보다 IT조직의 목표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즉 우리 고객들에게 이런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IT맨으로서 목표인 셈이다. 25년을 IT맨으로살아오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진리라고 말하고 싶다.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IT맨들이 모두 잘 알고 있는 사명이다. 최상의 서비스는 고객에게 불편하거나 답답한 마음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락한 마음으로 유유자적한 편안함을 갖게 해주는 것이며, 이는 곧 고객 만족이고 고객 감동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만나는 최접점에서 최상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고객과의 최접점은 영업점창구, 콜센타, 영업직원 등의 직접대면과 인터넷뱅킹,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광고, 우편DM을 통한 간접대면 등 매우 다양하다. 요즘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거래가 많다 보니 직접 대면보다는 간접 대면이 훨씬 많아지면서 사이버상의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고객과의 접점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가장 많은 고객들이 매일 자주 방문하는 곳이 바로 사이버시스템이며, 직원과의 직접 대면이 아닌 시스템과의 간접 대면이 훨씬 더 빈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와튼 스쿨에서 자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불만고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불만을 느낀 고객 100명 중 6%의 고객만이 적극 항의하고 △31%의 고객은 불만을 참지 못하고 친구나 가족, 동료 등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36%의 고객은 다시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31%의 고객 중 8%는 1명에게, 또 다른 8%는 2명에게, 78%는 3∼5명에게, 나머지 6%는 6명 이상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불만을 전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100명의 불만 고객 중 31명이 적어도 90명 이상에게 불만을 전파하는 셈이 된다.

이 보고서는 쇼핑에 관한 것이었지만 금융 업종에서도 거의 비슷한 패턴이 발견되고 있다. 이미 시스템 장애나 오류 시에 비슷한 경험을 통해 많은 아픔을 겪었으며 이를 통렬히 반성하곤 했다. 고객들의 불만이 잠재고객 상실로 이어지는 것은 불만 사례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입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대개 입소문은 실제보다 과장되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불만을 직접 토로한 고객보다 토로하지 않는 고객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자칫하면 고객 불만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고객 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들까지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객이 자주 방문하며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렇게 중요한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오류가 있다고 상상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불안할 것이며, 과연 이러한 상태로 고객을 맞이 할 수 있을지, 퇴근하기도 어렵거니와 퇴근을 했다고 해서 집에서 잠을 자기도 쉽지 않다.

고객의 성향과 행동 패턴을 철저히 분석하고 고객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 만큼이나 우리는 고객의 마음을 미리 잘 읽어야 한다. 흔히 IT담당자들 스스로가 ‘전산쟁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쟁이라는 말의 긍정적 의미는 전문가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의미로는 기술에 대한 나쁜 근성이나 습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제 IT분야 어디에서도 더 이상의 전산쟁이는 통하지도 않으며 발 붙일 곳이 없다. 단지 지금까지 알고 있는 IT 기술이라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구현하기 위한 밑바탕 기술의 일부분일뿐이다. 오히려 고객의 마음을 읽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IT 담당자들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종합 예술가’로 표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현재 하나대투증권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HTS를 준비 중인데, 이러한 기본 사상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발 초기 직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철저한 고객의 마음 읽기와 물 흐르는 듯한 고객의 동선’을 모토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도록 했다. 우리가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고객 모두가 편안한 투자를 통해 성과를 보고, 험담이 아닌 칭찬의 구전을 통해 성공을 이룩하는 그 날을 꿈꾸며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

우리 고객들이 구름에 달 가듯이 유유자적한 편안한 마음으로 물 흐르듯 트레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하나아이엔에스 김지은 증권서비스본부 본부장(상무)

kjieun@han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