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KAIST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대전의 양상을 ‘하드웨어(HW)의 싸움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비즈니스모델로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했다. HW의 다양성을 포기한 대신 SW의 다양성을 선택했다.
SW 개발 플랫폼은 제공하되 SW 개발 아이디어는 자발적으로 모인 수많은 개발자들로부터 얻는다. 삼성·LG전자가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조립공정을 변경하는 데 자원을 투입할 때 애플은 아이팟터치, 아이패드, 아이폰 등 상관성이 높은 단말기의 조립공정을 단일화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애플 아이패드 32Gb 낸드 플래시 메모리 3세대(3G) 이동통신 지원 모델은 하드웨어 제조원가가 판매가의 39%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국가별로 탄력적인 가격정책도 적용할 수 있다.
애플의 신제품은 향후 출시될 아이폰 4G인 동시에 앱스토어에 새로 등장할 기발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애플의 사례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협력으로 기회를 창출하라=국내 SW업계에 애플처럼 세상을 뒤흔들 비즈니스 모델은 없지만, 희망의 싹은 조금씩 자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다. 개발부터 마케팅은 물론이고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웹케시·모빌C&C·유니위스·지앤넷·크레디프 5개 업체는 지난 1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마트폰 금융 프레임워크와 관련 솔루션을 공동 개발·출시하기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 금융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소SW전문포럼도 등장했다. 지경부가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SW기업의 전문포럼을 집중 지원하는 것으로 웹 표준·비정형 정보·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공간정보(GIS)·SW테스팅·금융 솔루션의 6개 포럼이 결성됐다. 해외로 눈을 돌린 기업도 있다. SW 테스팅 전문업체 인피닉은 중국·일본 전문 SW업체와 협력해 SW 테스팅 자동화 패키지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케이엠에스랩은 올해 스페인 SW업체인 오에시아와 공동으로 제품을 출시한다.
SW업체가 아닌 포털 등 타 업계와 제휴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날리지큐브의 ‘니어’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날리지큐브의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기술을 포털 사이트에 적용한 것으로 네티즌이 포털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특정 상호를 검색할 때 이용자가 접속한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상호의 홈페이지를 우선 노출하는 서비스다. 포털은 이용자 거주 지역별로 맞춤형 광고를 노출할 수 있어 소액으로 보다 많은 광고를 유치할 수 있다. 날리지큐브는 니어로만 올해 4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백원인 미라콤아이앤씨 사장은 “기술력이 우수하고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과 수준 높은 경험을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들을 통합(M&A)했을 때 기업 간 인력, 기술력, 비즈니스 노하우 등의 핵심역량이 결집될 것”이라며 “시너지에 기반을 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대형 SW 기업의 출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마케팅은 고객과의 ‘소통’으로=이용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진두아이에스는 지난해 9월 이례적으로 그간 축적한 기술자료와 영업자료, 제안서 등의 노하우를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IT지식정보커뮤니티 ‘넷바이셀’을 열었다. 지식 공유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넷바이셀을 IT 마케팅 창구로 쓰겠다는 포석이다. 맨인소프트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도 자신의 업무에 맞게 만들어 쓸 수 있는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솔루션을 출시하고, 업무 흐름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는 고객에게는 솔루션을 무료 제공 중이다.
한글과컴퓨터도 최근 출시한 한컴오피스 2010에 이용자들을 대거 참여시켜 주목받았다. 보수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국내 SW업계에서는 드물게 제품 출시 전에 한컴 오피스 2010 공개테스트(OBT)를 시작하며 수만명의 이용자로부터 품질을 검증받았다. 중간평가 결과 이 회사보다 이틀 앞서 OBT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에 한판승을 거뒀다. OBT 시작 2주 만에 한컴은 3만여건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한 반면에 MS 오피스는 1만8000여건에 머물렀다.
한컴 관계자는 “이용자가 제품을 직접 체험해 우리에게 던진 피드백으로 더욱 제품 품질에 완벽을 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틈새 시장을 노리고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승부=해외 기업과 사업을 진행하며 쌓은 노하우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한 경우도 있다. 다우기술은 세일즈포스닷컴의 국내 총판을 맡으며 영업·유지보수로 수익을 창출했던 비즈니스모델을 벗어나 국내 전문 SW업체들의 SW를 SaaS 플랫폼으로 전환해 이를 세일즈포스닷컴에서 서비스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세일즈포스닷컴에는 SaaS 플랫폼 이용 대가로 로열티를 지급하는 대신, 국내에 SaaS로 전환할 여력이 없는 중소 SW기업을 발굴해 윈윈하겠다는 전략이다.
SW유통전문업체인 프로넷소프트는 G마켓·옥션 등 국내 대형 쇼핑몰의 틈새 시장으로 SW전문 인터넷 쇼핑몰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인터넷 쇼핑몰 ‘SW 카탈로그’는 인터넷 시장조사 전문업체 ‘랭키닷컴’이 집계한 SW전문 인터넷 쇼핑몰 분야에서 수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온라인 상담을 제공해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SW 인터넷 쇼핑몰을 넘어 SW 포털을 지향하는 SW 카탈로그에서는 SW 기술 정보와 동향 등 개발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고객에게 어떤 SW가 필요한지 조언하는 SW전문 컨설턴트 8명은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 수요에 철저히 대응한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에 이른바 숍 인 숍 형태로 모바일 쿠폰 기프티쇼를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몰’도 열었다. 이용자가 프로넷의 SW 카탈로그 쇼핑몰 회원으로 가입하면 SW 구매 금액의 1∼3%의 마일리지가 자동으로 적립된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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