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건설지원 정보시스템 연내 완료"

"UAE 원전 건설지원 정보시스템 연내 완료"

 올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정보화시스템실장으로 임명된 정형종 실장은 1977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 후 초기 몇년간 발전전기 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을 제외하고는 1985년부터 줄곧 IT 업무를 전담해 온 이 분야 베테랑이다.

 올초 최고정보책임자(CIO)로 부임하자 마자 정 실장은 큰 과제를 하나 맡게 됐다. 바로 지난해말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뤄내면서 한수원이 UAE 원자력건설 지원용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CIO가 된 이후 첫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대규모 시스템 구축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지 않다. 국내에서 관련 시스템들 모두 개발한 후 오는 10월부터 UAE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핵심과제이기 때문이다. 전체 프로젝트는 올해말까지 마무리지어야 한다. 데이터전송은 위성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으로 최근 결정됐다.

 정 실장은 “UAE 원전건설사업용 정보시스템 구축은 올해 한수원 정보화시스템실의 최대 핵심과제로, 이미 추진 계획을 수립해서 1월부터 개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향후 원전건설 추가 수주에 대비해 원전건설관리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표준화하는 사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측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원전건설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해 향후 원전건설 수출시 전략 수출 품목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 실장은 UAE 원자력건설지원용 시스템 뿐 아니라 정보자원통합관리체계 구축, 그룹웨어 재구축 등 사내 정보시스템의 고도화 작업들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전체 IT 예산 중 절반 가량인 250억원을 이러한 사내 정보시스템 고도화 작업과 정보보안 등 신규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한수원은 전력회사 중 선도적인 IT 프로젝트를 많이 추진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전력 그룹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01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분리되면서 곧장 ERP 구축 사업을 착수해 2003년 2월부터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다. 한수원의 기간계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발전운영관리시스템, 경영정보시스템 등이 모두 ERP 시스템 기반으로 구축돼 있다. 현재 한수원은 전 업무 프로세스를 ERP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ERP 시스템 진단 및 ISP 수립’을 통해 ERP 고도화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올해 마스터 데이터를 다시 재정비하고 프로세스를 단축시키는 등의 대대적인 정보시스템 고도화 작업에 나선다.

 정 실장은 ERP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했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수원에서 IT 업무를 해오면서 ERP 프로젝트 기간을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기억한다.

 정 실장은 “ERP 구축 당시 마스터 데이터 작성 등 직원들의 업무량이 평소보다 배 이상으로 늘어나 불만이 많았고 운영 후에도 불만이 지속됐다”면서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직원들이 ERP 시스템의 유용성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는 정말 그동안 힘들었던 점이 모두 사라지고 큰 보람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번 UAE 원전 건설 사업 수주전에서 원전 선진국들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데는, 원전건설기술력과 운영 능력이 탁월했던 점도 있지만 한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보시스템의 수준이 높다는 점도 한 몫 거들었다는 후문이다.

 정 실장은 “실제 UAE에서 IT 전문가들이 방문해 건설공정관리시스템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외에도 CIO를 맡자마자 그룹웨어 재구축에 나섰고, 보안과 관련해서도 종합대응책을 마련해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정보보안의 경우 사실상 모든 공공기관에 민감한 사안이지만 특히 한수원의 경우 원자력건설 사업에 대한 해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전 핵심 기술에 대한 보안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수원은 매년 정보보안에 대한 취약점을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정보보안을 강화해 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문서 보안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DDoS 확산과 같은 사이버 보안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등 보안 정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정 실장은 “정보보안은 시스템이나 체계도 중요하지만 정보보안과 사이버 침해 사고에 대한 임직원 개개인의 인식 제고가 사실상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도 앞으로 많은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IT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IT서비스관리(ITSM) 시스템 구축과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도입도 계획 중이다. 상반기 내로 IT거버넌스 관련 툴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며, 현재 관련 솔루션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그가 올해부터 CIO를 맡게 되면서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IT 조직의 역량 강화 부분이다. 정 실장은 “정보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현업으로 갔다가 다시 정보화 부서로 복귀할 경우 기술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IT 조직은 군살이 있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 관리와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추진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직접 모범을 보이며 혁신을 이끄는 기술혁신 리더형 CIO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IO로 임명되기 직전 현업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도 IT 기술에 대한 공부를 게을지 하지 않았다. 신기술에 대한 용어 정리부터 검토한 내용까지 모두 자료화해서 보관하고 있다.

 그는 “로마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 투자가 있어야만 한다”면서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는 ‘인생을 참 재미없게 사시는 것 같다’며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IT 분야 만큼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기에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형종 정보화시스템실장은

 1977년 중앙대학교 전기공학과 재학 중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한전 정보화부서 부장을 역임했다. 2001년 4월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출범하면서 한수원의 정보기획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울진원자력본부 대외협력실장, 방폐장건설처 행정팀장을 거쳐 올초부터 정보화시스템실장를 맡았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