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잡는 자가 다음 세대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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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가 ‘기술과 디자인’에서 ‘콘텐츠’ 시장에 들어섰다. “콘텐츠를 잡는 자가 다음 세대를 평정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IT 업계의 1기는 앞선 기술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였다. IBM의 컴퓨터가 그랬고 마이트로소프트(MS)의 윈도 운용체계(OS)가 그랬다. 2기는 디자인이 지배했다. 디자인으로 각 기기별 차별화를 꾀해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애플은 이 시기 맥 컴퓨터, 아이팟 등 기기 및 OS에서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집어넣어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디자인과 기술만으로 소비자의 호감을 살(어필) 수 있는 시대가 저물었다. 콘텐츠를 모으고 분류해 배달하는 ‘콘텐츠 중개상’으로의 역할이 떠올랐다. 여러 시장조사기관에서도 ‘콘텐츠 중개상’이 활약하는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주목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앱스토어 다운로드 시장은 61억740만달러(약 7조198억원), 앱스토어 광고는 5억963만달러(약 677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60% 이상 성장한 것이다. 세계 2위 애플리케이션 판매업체 겟자(Getjar)도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2009년 70억건에서 오는 2012년에는 500억건까지 치솟아 연평균 약 90%씩 고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은 이미 이 시장에서 최고의 중개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애플은 지난해 4억대 이상을 판매한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에 비해 턱없이 적은 25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지만 노키아에 버금가는 약 5조원의 이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의 높은 마진율과 함께 애플리케이션 판매점(스토어) 수익도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계 2억 6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애플 앱스토어는 애플리케이션이 판매될 경우 수익의 70%를 개발자가 갖고 30%는 애플이 갖는다.

애플 인사이더의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정확한 수익 구조를 밝히지는 않지만 수익의 60% 이상이 앱스토어를 통한 콘텐츠 중개 판매 수익일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향후 앱스토어를 ‘아이패드’와 TV(개발중)로 확대할 계획이다. 모든 애플 제품(기기)라인에 걸쳐 콘텐츠를 교차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앱스토어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인터넷에서 성공적으로 거둔 ‘콘텐츠 중개상’의 역할을 모바일과 TV로 옮겨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광고 수익을 방송시장까지 확대해 인터넷, 모바일, TV 광고 시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사용자에게 검색을 중심으로 e메일, 소셜네트워크 연계사이트 ‘버즈(Buzz)’, ‘구글 독스’, ‘구글 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한다. 소비자 정보는 곧 광고 수익으로 연계된다.

구글은 인터넷 시장에서 쌓아온 지식 허브로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현했다.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안드로이드 마켓’도 활성화했다. 삼성, LG, 모토로라 등 전세계 유명 휴대폰 제조사들도 안드로이드 진영에 참여 중이다.

구글 TV에서도 자체개발한 셋톱박스에서 소비자 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식으로 기존 지상파 및 케이블 TV광고 시장을 넘보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윈도 OS로 꾸준히 수익을 내오던 MS도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윈도 7’으로 앱스토어 단속에 나섰다. 윈도7폰 사용자는 MS ‘마켓플레이스’에서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다.

진 문스터 파이퍼 제프레이 애널리스트는 “결국 어떤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최근 애플이 앱스토어로 거둔 성공이 이를 잘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