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26일 주총…‘권오철 호’ 정식 출범

하이닉스 26일 주총…‘권오철 호’ 정식 출범

권오철 하이닉스 신임 사장 내정자를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이사회가 26일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다. 주주총회 직후 갖는 이사회를 통해 권 사장 내정자는 ‘하이닉스 호’를 이끌 최고경영자(CEO)로, 현 김종갑 사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하이닉스가 이사회 의장과 CEO가 분리되는 ‘투톱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권 사장 내정자는 하이닉스 경영에 전념하는 구도가 됐다.

권 사장 내정자의 과제는 독자생존을 위한 기반 강화로 요약된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매각 작업 실패에도 주인 찾기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형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권 사장 내정자는 하이닉스가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회사를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기업으로 변신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권 사장 내정자는 이를 위해 먼저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작년 말 기준 총 부채가 10조원, 차입금은 7조원에 달하고 있다. 4000억원이 매년 이자비용으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재무구조에 대한 개선 없이는 향후 인수자가 나타나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금창출 능력이 반도체 업황 회복과 맞물리며 최근 크게 개선돼 긍정적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이닉스의 에비타(EBITDA·감가상각전 영업이익)는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설비에 2조원을 투자해도 3조원 가량이 남는 셈이어서 차입금 상환 능력이 그 만큼 높아졌다.

권 사장 내정자는 D램 중심의 현 사업 구조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ST마이크로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켜 하이닉스에 낸드플래시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편입시킨 이가 바로 그다. D램이 향후 3년간 호황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지만 낸드 플래시 비중을 높이지 않고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특히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D램과 낸드 기술의 융합이 거세지고 있어 하이닉스로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진투자증권 안성호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어려운 시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경쟁사들이 최근 인수 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하이닉스도 자원이 부족한 낸드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며 권오철 사장 내정자가 과거 ST마이크로와 프로모스 간 제휴를 성사시킨 주역임을 감안하면 글로벌 기업들과 새로운 제휴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오철 사장 내정자는 오는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세한 경영계획을 대내외에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이사회 의장과 CEO의 역할 구분과 관련, 하이닉스 매각 등은 김종갑 이사회 의장 내정자가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갑 사장은 최근 “(의장이 되면) 하이닉스 매각을 위해 더 많은 분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