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2020 전자대국을 향하여 - 2차전지 신시장 개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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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과 정부의 2차전지에 대한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이아이지, 코캄 등 중소업체도 2차전지 생산 시설 확장에 나서면서 2차전지 투자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정부도 내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총 3000억원을 2차전지산업 경쟁력 강화에 투자한다는 결정을 조만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와 전력 등 일부분에 국한돼 있는 게 현실이다. 2차전지 전체로 시장을 들여다보면 휴대폰, PC, 노트북, 전기차 외에도 전동공구, 전기이륜차, 로봇, 의료용 기구 등 확산 가능성이 다양하지만, 투자는 극히 일부분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선박, 전동휠체어, 지능형 로봇 등은 전기차나 전력시장 못지않게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다. 이 시장에 대한 관심과 전략적인 투자도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중소 규모의 2차전지 업체라면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자동차나 전력시장 외에 자기만의 강력한 리더십과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전략적으로 승부를 건다면 오히려 강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틈새시장, 메인시장 못지않다= 우리나라는 최근 리튬2차전지 분야에서 강자로 발돋움했다. 삼성·LG 등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시장에서 지위를 급속히 확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과 노트북PC 등 소형 전지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시장확대에 힘입어 세계 최대 생산업체로 발돋움했다. 이는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산업용 센서, 의료, 지능형 로봇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SDI가 독일의 보쉬와 협력해 전동공구 분야에서 일부 활약을 펼치는 게 고작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초소형 2차전지 시장의 경우 향후 연간 130%의 고속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며, 로봇이나 전동휠체어, 산업용 공구 등도 고부가 고성장 시장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초소형 시장 규모는 빅 사이즈=초소형 기기용 2차전지는 아직 관련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다. 초소형 전자기기는 능동형 전자태그(RFID), 무선센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스마트카드 구동 회로, 보안카드, 구매시점(POP) 디스플레이, e페이퍼 및 인체삽입형 장치 등 사용 영역이 매우 넓다. 크기는 수㎟∼수㎠고, 수백㎛∼수㎜ 이내의 두께를 가진 전기회로 장치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에 적용되는 전지는 시간당 흐르는 전기용량이 기존 휴대폰이나 노트북 PC 등 기존 모바일 IT용에 비해 작은 수십 ㎃ 이하여야 한다. 그간 주로 코인 형태의 1차전지가 채택돼 기능을 다하면 바꿔줘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재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로 바꾸면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해 환경 폐기물의 축소는 물론이고 시장 확산도 기대해볼 만하다.

 일본의 시장전문조사기관 나노마켓에 따르면 2009년 8억달러에 불과한 초소형 2차전지 시장규모는 2011년 70억달러로 9배가량 커질 전망이다. 연간 130%의 고속 성장이 기대된다.

 자체 전원을 가진 능동형 RFID 태그는 수용형 태그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금속재질에 취약한 수동형 태그의 단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인식거리가 매우 길다. 따라서 해외에서도 국방과 항만물류에서 사용이 늘고 있지만 전지 사용 등의 문제로 확산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태그의 전지를 2차전지로 바꾸게 되면 빠른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또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센서를 장착해 반도체 프로세스 중 각종 정보를 보내주는 진단형 웨이퍼도 빠른 속도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돌돌 말거나 휘어지고 다시 펴서 사용할 수 있는 플렉시블 전지도 적용 제품군이 폭넓다. 전자태그는 물론이고 의료, 국방, 산업 등으로 폭넓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그간 박막형 1차전지가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서 개발돼 출시됐으나 전지의 유통기간이 짧고 잔여용량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으로 2차전지 개발 요구가 높다. 특히 소형기기는 디자인이 중시되는 만큼 유연한 전지의 특징도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GS칼텍스의 자회사인 GS나노텍이 종이보다 얇은 박막전지를 개발해 양산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로봇·산업용 공구도 2차전지 ‘타깃’ 시장=로봇시장도 주목할 영역이다. 특히 서비스 로봇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았으나 산업적 측면에서는 자동차 이상의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 세계 로봇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2.6% 성장해 700억달러(84조원) 이상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에서 2차전지는 로봇을 구동시키는 핵심 에너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로봇 전용의 2차전지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분야 핵심기술 순위에서 밀려 있다.

 다양한 로봇형태에 맞는 2차전지 사양과 규격화가 어려워 로봇에 특화된 시스템이 아닌 기존 노트북용 전지를 단순 채택해 사용하는 수준이다. 다사로봇이 개발한 제니보도 일반 노트북용 2차전지 두 개를 채택했으나, 두세 시간 충전에 한 시간가량 사용한다. 로봇을 장시간 운용하는 대용량 2차전지가 개발되면 로봇의 대대적인 확산이 가능해진다.

 전동공구의 2차전지 적용도 기대되는 분야다. 전동공구시장은 지난 2007년 기준 160억달러(17조원)에 이른다. 이중 2차전지가 사용되는 충전공구시장은 17%가량이다. 또 고성능 2차전지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 급격한 점유율 확대가 진행 중이다. 충전공구가 초기에는 힘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드라이버, 드릴 영역에 한정됐으나 최근에는 강력한 에너지와 힘이 필요한 해머류까지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기존에 니켈 카드뮴전지가 채택됐지만 무게와 환경 문제 등으로 리튬이온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동공구 시장은 B&D, 보쉬, TTI, 마키타 4대 제조사가 전체 시장의 89%를 점유하는 시장이어서 이들 업체와의 제휴 또는 협력이 관건이다. 삼성SDI가 지난 2005년 시제품을 개발해 보쉬에 공급하며 시장 확대에 나선 상태다. 이 밖에 철도와 전철은 디젤엔진에서 전기모터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2차전지의 사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기 추진 시스템은 운전조작이 간편하고 추진시스템의 소형화로 화물적재 능률이 향상될 수 있어 LNG선, 군함, 쇄빙선, 여객선 화물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사용이 기대된다.

 ◇신시장 개척엔 정부의 ‘지원 사격’ 필요=하지만 신규 시장 진입은 정확한 예측이 어렵고 그 자체가 투자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급속히 성장이 예상되는 신시장의 경우 수십억∼수백억원의 뭉칫돈이 투자된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없이는 기업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술개발 등에 대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분석평가 장비 등을 지원하면 연구개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기업들은 신시장에 적합한 소재와 원천기술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대 교수는 “초소형 전지나 중대형전지 등 우리가 아직 개척하지 않은 분야는 고부가가치 영역이지만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기업들도 이러한 분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특히 소재산업은 일본에서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2차전지 소재분야에서 강소기업이 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