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완료한 이후 기업들은 어떤 IT 전략을 추진해야 할까. 차세대 프로젝트를 끝내고 또다른 ‘차세대’를 고민하는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차세대시스템 구축 이후의 바람직한 IT 조직과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등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대두되면서 과거 기준과 전략으로는 뉴 노멀 시대에 적합한 IT전략을 마련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CIO 서밋 2010’에서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차세대시스템 이후의 IT전략’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IT 전략의 새로운 기준을 통한 혁신 작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향후 새로운 IT 조직의 역할로 오퍼레이셔널액설런스센터(OEC)와 비즈니스인텔리전스센터(BIC)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앞서 많은 기업들이 추진했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대부분 시스템 구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시스템 활용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실제 품질과 납기, 예산 등의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도 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오픈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 대표는 “냉정하게 분석하면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납기일을 지키지 못했고 예산을 초과했다”면서 “무엇보다도 잘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프로젝트 기간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시작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컸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차세대 프로젝트 과정에서 겪었던 우여곡절들을 교훈삼아 차세대 이후의 IT 전략을 수립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IT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미래 IT전략을 수립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게 김 대표의 진단이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확산 등의 사례만 보더라도 변화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IT전략을 제대로 수립했다고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37% 이상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해 주장했다.
김 대표는 “차세대 이후의 IT 전략은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실행시키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특히 아이폰이 과거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창조해 성공했던 것처럼 IT도 비즈니스에 어떠한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인지, 어떻게 하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IT 조직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IT 조직이 그동안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정렬(alignment)’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IT와 비즈니스의 진정한 ‘통합(integration)’을 이뤄나가야 할 때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통합은 일관된 서비스 제공을 의미한다. 더불어 IT 조직도 최고정보책임자(CIO) 아래 셰어드서비스센터와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프로젝트관리조직(PMO)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현업으로 전진 배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능한 IT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산된 IT조직을 통합하고 융합하는 데 CIO의 역할이 크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고 강화시키는 전문 조직으로 ‘OEC’와 비즈니스에서 IT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으로 ‘BICC’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CIO가 IT조직을 키울수록 짐이 늘어나고 관리해야 할 ‘땅’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면서 “IT부서, 현업, 고객 모두를 위해서 IT조직을 가능한 현업에 흡수시켜 모든 프로젝트에서 현업 담당자가 오너십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신균 AT커니코리아 부사장 : CIO가 주목해야 할 떠오르는 기술 트렌드
클라우드 컴퓨팅, 웹2.0, 스토리지2.0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이름을 달리해 쏟아지는 신기술은 모든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의 고민거리다. 현신균 AT커니코리아 부사장은 신기술 도입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소비자 △종사자 △협력업체 △통신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IT인프라스트럭처 등 6가지 요소를 들었다.
AT커니코리아는 최근 구글, 델, P&G, KRAFT 등 전 세계 70여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현재 필요한 신기술과 기술 적용시 비즈니스 기대 효과 등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소개한 통신 분야의 경우 가격 체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 콘텐츠 중심의 오락 욕구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과 모빌리티 구현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 등을 비즈니스 변화의 동인으로 지적했다. 이로 인해 유비쿼터스 광대역 기술, 음성·데이터·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기술 등 융합 기술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IT인프라스트럭처 부문에서는 역동적인 비즈니스 변화, 더욱 중요해지는 에너지 절감 등이 주요 비즈니스 동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비정형 데이터 가운데 의미있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법도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린IT, 클라우드 컴퓨팅, 스토리지2.0 기술이 부상할 것이라고 현 부사장은 주장했다. 또 “그린IT 기술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의 기반을 이루는 한편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통해 원가절감이 가능해지고 스토리지 2.0 기술을 통해 비정형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 부사장은 기기별 에너지 소비 정보를 집계하고 서버 및 스토리지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후 에너지 사용과 IT 자산 운영 데이터 집계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관리할 수 있는 ‘IT 탄소 관리모델’을 제시했다. 현 부사장은 “그린 데이터센터란 탄소 풋프린트(Footprint)를 정확히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탄소 배출을 통합적으로 제어 및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의미한다”면서 국내에서는 그린 데이터센터 개념이 ‘저전력 구현’에 머물고 있는 등 아직 논의가 성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술이 아닌 ‘개념’이라고 정의하며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중 하나로서 원가절감 및 보안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가상화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현 부사장은 CIO의 역할에 대해 “IT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는 것은 기본적 직무이며 여기에 머물러서는 기업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임원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원가 절감을 가능하게 하고, 기술을 통해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해야 할 수 있는 조직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식 엔코아컨설팅 대표:데이터 기반 IT 현대화 구현 전략
빠르게 변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은 ‘유연성’과 ‘확장성’이다. 이화식 엔코아컨설팅 대표는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2기 차세대시스템 노력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로 마스터데이터 혁신을 통한 유연성 확보를 지목됐다.
‘CIO 서밋 2010’에서 이화식 대표는 “우리나라는 빅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가장 많이 수행하는 나라”라며 “프로세스나 데이터의 혁신적인 개선보다는 오픈 시스템 환경으로 변경하거나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그래픽하게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2기 차세대시스템에서는 시스템의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터데이터의 재정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복잡·노후화된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으로 △기업의 비용과 품질, 서비스 등의 획기적인 향상을 위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 극적인 성과를 추가하는 재구축 방식 △시스템의 혁신적인 개선, 기능 추가, 변경 등을 통해 수명 연장과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대규모 개보수 방식 등 두 가지를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빅뱅방식의 재구축을 선호한다.
이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재건축을 통해 새 집을 짓고 싶어하지만 이 경우 ‘새집 증후군’이 있기 마련”이라며 “차세대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3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무조건적인 재구축 방식보다 리모델링형 구축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스터데이터관리(MDM)와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를 적용한 시스템 개보수 작업이 요구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 대표는 마스터데이터 개선에 앞서 선진화된 계정 영역의 개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계정은 비즈니스 행위의 실질적인 주체이지만,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있다”면서 “계정 개념을 재정립하는 작업은 언제가 반드시 해야하는 것으로, 이 작업을 위해 2기 차세대를 수행하는 기업도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가 설명하는 개보수식(리모델링형) 구축 방식은 기존의 시스템을 보완하는 형태로, 단계별 보완 작업을 통해 향후 전혀 다른 수준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가진 사람은 설계자다. 설계자는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좀 더 개선할 점은 없는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지 △개선 및 발전시킬 대안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 또 △대안에 대한 영향도 평가 △전략 결정 및 상세한 설계 △위험 평가 및 관리감독 등을 잘 수행해야 한다. 이와함께 개발자는 △처리할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설계에 따라 개발 및 수정 △테스트 유지보수 등의 역할을 하고, 발주사는 △프로젝트 예산 집행 및 일정관리 △요구사항 개선 및 정책 결정 △시스템관리(SM)인력 지원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 대표는 조언했다.
성현희·유효정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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