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LCD 유리기판의 규격(가로×세로)을 ‘3000×3320㎜’로 잠정 확정하고 2012년 양산을 목표로 업계 첫 11세대 라인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늘 경쟁사의 투자를 지켜본 후 빠르게 뒤쫓는 전략을 고수했던 이 회사가 이렇게 치고 나오면서 차세대 라인 경쟁을 벌여온 샤프와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후발 대만 업체들의 차세대 투자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과 LG의 기판 표준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는 지난달부터 파주 공장 내에 신규 팹 공장 건립을 위한 토지 정비 작업을 시작했다고 28일 밝혔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파주 디스플레이 단지 내 7·8세대 팹 및 모듈 공장 인근에 공장 건립을 위한 용지 정비 작업을 지난달 시작했다”며 “이곳에 건립하는 신규 공장은 11세대가 유력하지만 정확한 규모와 용도 등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는 장비 협력업체 모임인 ‘베스트클럽’ 소속 업체들을 중심으로 11세대 기판 규격과 장비 개발 등에 대한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신설 공장을 부분 완공할 내년 1분기께 11세대 장비 발주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업계 첫 11세대 라인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1년여의 개발 및 안정화를 거쳐 2012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일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장비 업체들의 11세대 장비 개발 여부가 관건이지만 올 연말까지 시험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미의 관심사인 11세대 유리기판 규격은 3000×3320㎜ 크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11세대 기판 규격과 관련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규격을 따를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삼성 측의 검토가 완료되지 않자 규격을 먼저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규격으론 현 8세대 규격에서 3장을 생산하는 60인치 제품을 8장까지 생산할 수 있다. 2.5배 이상의 효율이다.
장원기 삼성전자 LCD 사업부 사장은 지난 2008년 일본에서 개최된 FPD인터내셔널에서 ‘3000×3320㎜’ 규격을 11세대 기판으로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으나 현재 투자를 구체화하지 않았다. 최근 삼성전자는 11세대 기판 크기를 당초 발표보다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8세대처럼 같은 표준으로 갈지, 그 이전처럼 달리 갈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8세대 팹 공장 승인 여부에 따라 (시기가) 유동적이지만, LG디스플레이의 11세대 개발 및 양산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초대형 LCD 패널 기술과 시장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샤프와 삼성전자에 2년 이상 늦게 8세대 라인을 가동한 LG디스플레이가 11세대 투자에 발빠르게 나서면서 차세대 라인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10세대 라인(2880×3130㎜)을 가동한 샤프로선 당장 투자 여력이 없지만 11세대 직행을 검토 중인 삼성전자의 행보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