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수출 `新 2高1低`] 원인과 전망

 지난 4일 삼성전자 냉장고 신제품 발표회장. 홍창완 부사장은 올해 생활가전 부문 전망을 묻는 질문에 ‘작년 못지않은 고성장’을 자신했다. 다만 “주변환경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나 그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구리, 알루미늄 등 원·부자재 값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으며, 운송료 인상 움직임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은 떨어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됐다. 이른바 ‘신2고1저’라는 외부 효과가 상승세인 한국 전자산업의 발목을 잡는 돌발변수로 등장했다.

 ◇신2고1저 현상 출현 배경=우선 2008년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진행된 글로벌 경기침체의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수요부진으로 원자재 가격이 많이 떨어진 기저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해운 등 산업의 전 분야가 슬림화를 단행한 탓에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현상을 빚었다. 북미 서안과 동안으로 향하는 선박운임은 FEU(4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각각 2000달러, 2900달러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당시 선사들이 운항 선박을 줄인 탓에 올해 들어 늘어나는 물량을 실어나를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해상운임은 오는 5월로 예정된 2010년 연간 운송계약 체결 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원·부자재 가격은 세계 최대 생산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움직임과 구리의 최대 생산국인 칠레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 달러 약세 국면에서 글로벌 투기자금이 원자재 쪽으로 몰리는 것도 원·부자재 가격 급등의 한 요인이다.

 ◇국내 업계 미치는 영향=수출의존도가 높은 대형 전자업체로선 생산단가의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1·2차 부품 협력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는 “원·부자재를 수입한 뒤 1차로 가공하는 소재업체들이 힘들어 한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신2고1저’ 현상은 원·부자재 수입단가를 상승시키는 대신 달러를 주요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전망이다. 원·부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반비례 곡선을 그리면서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 중인 한국 기업은 지난해와 같은 환율 혜택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최근 횡보세를 보이는 1130원대 중반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기업들의 손익에 나쁜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전체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