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11세대 기판 크기를 확정하고 공장 건립에 본격 나선 것은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TV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한 3DTV 등 대형 패널이 필수적인 시장 환경에 대비해 선발 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샤프 등 경쟁업체에 밀렸던 대면적 라인 투자에서 본격적인 선두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삼성전자에 앞서 기판 크기를 정함으로써 11세대 표준을 놓고 미묘한 자존심 경쟁도 펼쳐질 전망이다.
◇LGD, 11세대 선발 투자 왜?=LG디스플레이가 빠르면 2012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11세대 라인은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생산성에서 기존 8세대와 샤프의 10세대 라인을 압도한다.
62인치 패널의 경우 8세대에서 3장을 생산할 수 있지만 11세대에서는 8장을 생산할 수 있다. 또 70인치의 경우 8세대(2장)보다 세배나 많은 6장을 생산할 수 있다.
샤프가 지난해 4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10세대(2880×3130㎜) 라인과 비교해도 70인치 이상에서는 11세대가 두배의 생산성을 낼 수 있다. 10세대가 3장의 70인치 패널을 생산할 수 있지만 11세대는 6장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LG디스플레이의 11세대 선발 투자는 대형 패널 시장이 서서히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8세대 라인의 성공적인 안착에 따른 자신감이 큰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8세대 라인 양산 개시 3개월 만에 최대 캐파로 끌어올리는 등 대면적 라인 생산 노하우와 경험이 안정적으로 축적됐다”며 “장비 업체들과의 유기적인 공동 개발을 통해 11세대 라인 생산성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의 11세대 투자는 정부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를 불식한 측면도 있다. 국내 고용 확대나 제조업 공동화 방지를 위해 차세대 투자는 국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에 적극 화답함으로써 중국 팹 진출 과정에서 잠시 어색해진 관계를 복원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표준 주도권 경쟁 본격화=LG디스플레이의 11세대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대응도 관심거리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국의 7.5세대 팹 추진 외에 국내 추가 라인 증설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8세대 증설은 물론이고 11세대 투자 여부도 세부적인 계획은 이미 마련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전격 복귀하면서 수세에서 공세적인 투자로 전환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1세대 기판 크기는 물론이고 투자 시점 등을 놓고 지속적인 검토를 해 왔다”며 “(시기와 투자 여부 등이) 결정되기만 하면 라인 건설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현 상황에서 양 사의 11세대 기판 크기가 차별화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당초 발표한 11세대 기판 크기(3000x3320㎜) 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11세대 기판 크기를 3000×3320㎜로 유력하게 검토해왔지만 최근에는 한 쪽 폭의 크기를 조금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안다”며 “그렇게 되면 LG디스플레이 기판과 다른 크기가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