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외이사, 여성·거물급인사 두각

은행권 사외이사에 여풍이 불고 있다. 은행들은 잇따라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으며 첫 이사회의장에 여성을 선임한 사례도 나왔다.

이사회의 견제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륜이 있는 고위관료와 금융권 고위층 출신 거물급 사외이사들도 대거 등장했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지난 27일 주주총회에서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KB금융의 첫 여성 사외이사인 이영남 이지디지털 대표는 여성벤처기업협회 회장과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여성 기업인이다. 옛 과학기술부 여성과학기술정책자문위원과 국세청 세정자문위원도 역임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이 대표가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자문단 출신인 점과 경영 중인 기업의 실적 부진 등을 문제 삼자 해당 시민단체에 직접 연락해 엄격해진 사외이사제 모범규준에 들어맞는 후보를 찾기 어려웠던 사정과 기업의 흑자 전환과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은행들로부터 채무상환을 유예받은 점 등을 설명하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여성 기업인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처럼 금융업계에도 여성의 진출이 빨라질 것”이라며 “중소기업 경영자로서 기회가 된다면 기업의 사정에 대한 은행권의 이해를 높이는데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도 같은 날 주총에서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최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박사로 국회 예산정책처 산업사업평가팀장을 역임했다.

앞서 신한금융그룹은 24일 주총에서 회장과 이사회의장을 분리하면서 첫 이사회의장으로 전성빈 서강대 교수를 선임했다. 전 의장은 은행권 내 처음이자 현재로서는 유일한 여성 이사회의장이다. 그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회계학박사 출신으로 한국회계학회 부회장과 서강대 경영학부 학장 등을 역임했다.

사외이사는 아니지만, 최근 우리금융그룹 내 첫 여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권숙교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대표와 기업은행의 첫 여성 본부장으로 뽑힌 권선주 중부지역 본부장도 은행권 내 여풍에 일조하고 있다. 은행들은 거물급 인사들도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했다. 내부 경영진을 견제하면서 관치금융 등 외부 압력을 막아야 하는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풍부한 경륜과 다양한 인맥을 갖고 있는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이사회의장에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을 선임했다. 이 의장은 은행감독원 부원장보와 금융결제원 원장, 기업은행장을 거친 금융 전문가로 이명재 전 검찰총장과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의 맏형이다.

신한금융은 옛 기획예산처장관 출신인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김 원장은 조달청장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하나금융은 법무부 차관을 지낸 김각영 전 검찰총장에게 이사회의 의장을 맡겼다. 김경섭 전 조달청장과 이구택 포스코 상임고문 등도 하나금융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장, 외환은행장, 은행감독원장 등을 역임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을 영입해 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