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 가전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 조치를 전력 과소비 모델에 한해 부활하지만 실제 부과대상이 극소수에 그치면서 세금수입도 애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치게 됐다.
조세환경 변화에 맞서 국내 업계가 재빨리 제품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개소세 그물망’을 빠져나가면서 주로 에어컨 일부만 개소세를 물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29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가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4월1일 출고분 내지 수입신고분부터 에어컨, 냉장고, 드럼세탁기, TV 등 4대 가전 가운데 전력소비량이 많은 대용량 제품에 대해 5%의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교육세 등을 포함할 경우 6.5%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하지만 실제 개소세가 부과되는 제품은 극소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과세 대상 드럼세탁기 모델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드럼세탁기는 1회 세탁 소비전력량이 720Wh 이상이 부과대상이지만 4월 기준으로 모든 모델을 이 기준치 밑으로 맞췄기 때문이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업계가 개소세 적용을 앞두고 대상 제품을 기준에 걸리지 않게 개선하거나 단종하는 등의 노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격소비전력 300W 이상이 과세 대상인 TV도 상대적으로 전력소비가 많은 PDP TV 극소수만 해당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PDP TV 50인치형만 해당되고 삼성전자도 대형 PDP TV 2개 모델만 과세 대상이라고 각각 설명했다. 더욱이 현재 업계의 주력 모델은 LED, LCD 제품이어서 개소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냉장고의 경우 김치냉장고, 상업용 냉장고, 600ℓ이하 냉장고를 대상에서 제외한 가운데 월 소비전력량이 40kWh 이상만 과세하지만 이 역시 대상모델이 극소수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1개 모델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제품에 비하면 월 소비전력량 370kWh 이상에 부과하는 에어컨이 상대적으로 대상 모델이 있는 편에 속하지만 그마저도 손으로 꼽을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양대 가전업체의 설명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1월 12일 개소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품목별로 전력소비량 상위 10%를 부과대상으로 잡았다고 발표할 당시에 비해 크게 달라진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발표 당시에도 전체 제품의 3% 정도가 해당됐지만 지금은 과세대상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개소세 부과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도 “업계가 기술개발 등을 통해 과세기준 밑으로 낮춘 품목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시행시기를 4월로 잡아 업계에서 준비할 시간을 준 것도 에너지 절약제품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개소세 수입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9월말 개소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낼 때 전망한 세수는 연간 5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 과세대상을 소비량 상위 20% 이상으로 잡았다가 지난 1월 10%로 대상으로 좁힌 점, 과세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한 업계의 노력 등을 감안할 때 세수는 기껏해야 수십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LG전자 관계자는 “개소세 과세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지울 수는 없는 일”이라며 업계의 노력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과세대상에 해당되는 소비전력량 기준은 제품에 부착된 에너지 소비효율등급표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구매할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