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마트폰은 디지털시대 문화코드

[현장에서] 스마트폰은 디지털시대 문화코드

 지난해 11월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의 등장은 모바일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했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서 마케팅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이 전쟁으로 발생할 지각변동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

 이통사의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싸움과 제조사의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욕구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과도한 기능이 탑재된 복잡한 기기로 생각하던 소비자들이 이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기, 그 이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사양 경쟁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반갑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은 차치하고라도 단순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뛰어넘는 새로운 영역임에 틀림없다. 스마트폰은 사용자 의도나 개성에 따라 기능과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무한 확장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를 가졌다. 이는 ‘똑같은 스마트폰은 없다’는 얘기고 커스트마이징된 사용자의 독자적인 디지털 공간이 생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디지털 공간과 그 공간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다양하며 그런 사용 행태 자체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하는 것이다. 나만의 디지털 디바이스가 곧 나만의 디지털 문화가 되는 것이다.

 ‘약속 잡기’ 앱을 예로 들어보자. 기존에는 문자나 통화를 통해 여러 사람과 가능한 날짜, 시간, 장소 등을 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었다면 약속 잡기 앱을 통해서는 참여 인원들의 일정을 등록하는 것만으로 적합한 약속 시간을 정해진다. 앱 하나가 효율적이고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고 이것이 점차 하나의 디지털 시대의 약속 문화, 나아가 소통의 확장으로 자리잡아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폰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스마트폰으로 일궈낼 수 있는 더 높은 수준의 스마트한 삶의 질, 또 다른 디지털시대의 대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스마트폰 마케팅을 담당하는 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팬택 국내마케팅본부 마케팅전략팀 박기태 과장 kitpark@pan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