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아이폰을 구입한 문모씨(33)는 최근 앱스토어에서 사진 관련 애플리케이션(0.99달러)을 내려받았다. 그리고 며칠 뒤 같은 가격의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했다. 하지만 그가 나중에 받아든 카드사용 요금청구서에는 사진 관련 애플리케이션 구입내역 1건과 함께 1.98달러의 구매 내역 1건이 기록돼 있었다. 1.98달러에는 나중에 산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앞서 구매한 사진 애플리케이션이 추가로 합산돼 있었다. 사진 애플리케이션이 이중 결제된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에 문의결과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애플리케이션 구매가 늘고 있는 가운데 문씨처럼 이중 결제 등으로 인한 애플리케이션 환불을 원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직접 애플과 접촉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국내 사용자 입장에선 만만한 일이 아니다.
◇환불 절차=실수로 구입했든, 시스템상의 오류가 발생했든 애플리케이션 값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애플 앱스토어의 환불(Refund) 정책을 따라야 한다.
환불 절차는 아이폰 관리 프로그램인 ‘아이튠즈’를 통해 이뤄진다. 아이튠즈 실행화면에서 계정(Account)를 클릭, ‘구매내역(Purchase History)’ 항목에 들어가면 그간 구매한 애플리케이션 목록이 나타난다. 환불 대상 애플리케이션을 클릭한 뒤 ‘문제 알리기(Report Problem)’를 선택하면 대분류의 사유들이 등장한다.
실수로 결제가 이뤄진 경우에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무심코 잘못 구매했다(I inadvertently purchased this application)’는 항목을 선택한 뒤 아래 빈칸에 간단하게 실수로 잘못 결제하게 된 내용을 추가해주면 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관련 내용이 접수되면 애플 측으로부터 48시간 안에 회신하겠다는 메일이 날라온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의 부주의 때문이란 점 때문에 환불이 승인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제품 구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환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는 ‘이 애플리케이션이 기대와 달리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This application does not function as expected)’는 항목을 클릭한 뒤 해당 내용을 정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추가내용을 요구받기도 한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몇일 안에 환불해 주겠다는 메일이 전해진다.
◇영어 잘해야 환불도 쉬워=하지만 모든 절차가 영어로 이뤄진다는 점은 익숙치 않은 이용자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다. 비록 간단한 단어를 조합한 문장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지만 애플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사유를 원하는 추가 메일이 전해지면 난감해지기 십상이다.
이쯤되면 사용자는 대부분 지불액이 0.99∼2.99달러의 소액이라는 점을 두고 포기를 고민하게 된다. 카드결제 내역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 사용자는 이중결제된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판매자인 KT가 지원해야=앱스토어와 관련해서는 아이폰의 국내 공급사인 KT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 등록과 승인, 판매 등 일련의 절차는 모두 애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유통사로서 환불절차 공지와 사례별 샘플 안내 등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게 아이폰 사용자들의 목소리다.
문씨는 “신용카드 청구서를 받고 나서야 이중결제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영어로 환불요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며 “국내 판매사인 KT가 이 같은 불만 접수를 대행하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각 사례별로 영어로 작성된 메뉴얼을 만들어 고객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