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의 외면으로 방송장비 국산화율이 10%에도 못 미치지만, 매출의 상당액을 해외에서 올리며 괄목 성장하는 방송장비 회사들이 있다.
29일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브이로직·남송산업·보은전자통신·디티브이인터랙티브 등 방송장비 업체들이 지난해 매출 중 40∼100%를 해외에서 올렸다. 자본금 10억∼2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이지만, HD나 모바일 방송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한 결과다.
티브이로직과 남송산업은 방송 제작용 모니터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경쟁사들이 CRT 모니터에 주력할 때 발빠르게 HD 모니터 시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올렸다. 티브이로직(대표 이경국)은 방송 제작용 HD 모니터만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 146억원 중 125억원을 미국·유럽·남미 등에서 올렸다. 지난해에는 미국 파나비전 계열의 색연구소 ‘이필름’에 장비를 공급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수출 지역도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넓어졌다.
남송산업(대표 이석재)은 방송용 모니터를 전량 일본에 수출한다. 대부분 ODM이지만 매출 96억원이 모두 해외에서 들어온다. 최근에는 계측장비 기능까지 포함한 모니터를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보은전자통신(대표 우영섭)은 HD 문자 발생기와 모니터로 지난해 97억원의 매출 중 절반 이상인 55억원을 중국·미국·캐나다 등지에서 벌어들였다.
디티브이인터랙티브(대표 김태호)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 모바일방송 계측기를 수출한다. 지난해 매출 60억원 중 약 22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지난해 미국방송사들의 표준이 된 ATSC-M/H 장비를 세계 처음 개발한 업체로, 수출 확대를 기대했다.
이한범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 사무총장은 “방송장비 국산화율은 10%도 안 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수출을 늘리는 업체들이 늘어났다”며 “국내에서 방송장비 국산화율을 높이고 지원을 해준다면 그 성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