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을 것으로 여겼던 중국산 전기차용 전지가 일부 우리 제품을 능가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전기차용 전지시장을 놓고 한중간 전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술·성능분야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열린 순수 전기차 대회 ‘EV에코챌린지 2010’에서 중국산 2차전지가 국산 전지에 못지 않은 성능을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성능은 오히려 우리 제품보다 뛰어났다.
이번 일산-강촌IC 구간을 왕복하는 210㎞ 거리를 끝까지 완주한 고속전기차는 레오모터스의 마티즈 개조차, 그린카클린시티의 KEV-1 단 2대 뿐이다. 참가자들과 이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각 전기차에 설치된 전지팩의 기본 성능이 완주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내렸다. 고갯길이 많은 강원도 구간에서 전기차의 전력 소모는 예상보다 극심했다. 전기차 배터리가 금새 바닥을 드러내는 상태에서 급속충전기가 설치된 다음 충전포인트까지 이동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결국 완주에 성공한 2대의 전기차는 공교롭게도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제조된 전기차 배터리팩을 장착해 눈길을 끌었다. 마티즈 개조차는 국내 K사에서 만든 리튬이온 전지팩(15Kw)을, KEV-1은 중국산 리튬인산철전지팩(20Kw)을 채택했다. 대회 시작 전에는 국산 전지가 중국산 전지보다 앞선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기 결과는 거의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
KEV-1은 경기가 끝난 이후 전지팩을 재충전하지 않고 일산 킨텍스 행사장에서 김포 공장까지 자력으로 돌아갔다. KEV-1의 전지 용량이 경쟁사보다 다소 큰 점을 감안해도 중국산 전지의 성능을 얕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에코챌린지 행사를 통해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대용량 2차전지 분야에서 중국기업들의 강력한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라고 평가한다.
리튬인산철 전지는 거의 전량 중국 대륙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되며 중국의 썬더스카이, BYD 등이 주도하고 있다. 리튬인산철 전지는 매장량이 풍부한 철을 주원료로하므로 동급의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가격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 화학적으로 극히 안정된 구조여서 과열, 과충전 상황에도 폭발할 우려가 적어 전기차 전지로 사실상 최적의 특성을 갖고 있다. 한국과 일본기업이 선점한 리튬이온전지에 비하면 무겁고 성능은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전기차업계의 한 개발자는 “에코챌린지 대회에서 한국과 중국산 전지를 장착한 전기차들이 나란히 결승점을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앞으로 중국이 친환경 전기차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업계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것을 예고하는 듯 했다”고 평가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