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로 경기침체라는 파고를 헤쳐 나가면서 내적으론 룰과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3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박용현 두산 회장이 1년 전 취임사에서 밝힌 각오다. 박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이를 실천하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박 회장은 먼저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경기 불황기를 대비해 계열사 지분을 매각, 현금 7808억원을 확보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당시 일부에서 제기됐던 유동성 위기설을 완전히 잠재웠다.
이와 함께 원천 기술 확보와 일자리 창출, 우수 인재 확보 등에도 열을 올렸다. 특히 직원들과의 자리에서도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이 사갈 수 있는 우리만의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달고 다닐 만큼 원천 기술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왔다.
실제로 두산은 지난해 9월 체코 발전설비 업체인 스코다 파워를 4억5000만유로에 인수했다. 스코다 파워는 발전소 핵심 설비인 스팀 터빈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다. 인수 이유는 두산중공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해서다.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영국 자회사인 두산밥콕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가 가능한 순산소 연소 실험에 성공,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 발전소 건설을 가능하게 했다.
두산의 기본 경영전략은 2G(Growth of people, Growth of business)다. 2G 전략은 사람의 성장을 통해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 다시 사업의 성장을 통해 나온 가치로 사람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선순환적 개념으로, 인재를 중시하는 두산의 사풍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용현 회장은 지난해 11월 신입사원 환영식에서 “기업의 성장 요인에는 많은 것이 있지만 제1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며 “두산의 일원이 된 신입사원 여러분이 백년 기업 두산의 또 다른 100년을 일궈나갈 동량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이러한 인재 중심 경영에 따라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로 인력을 채용했으며 올해도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난 20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의 4남으로 서울대 의학과 교수 출신이다. 서울대병원장을 지내는 등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다가 2007년 두산건설 회장을 거쳐 지난해 3월 말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