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DTV 판매량이 지난해 LED TV 판매량을 넘어설 정도로 초반 ‘기선몰이’에 성공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총괄 사장은 30일 “지난달 말 3DTV를 세계 시장에 출시한 후 한 달 정도 지났다”며 “정확한 판매 대수는 집계 중이지만 지난해 LED TV 한 달 판매량보다 1.5배 정도 더 팔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새로운 종(種)’이라는 슬로건으로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인 ‘LED TV’를 출시해 260만대를 팔아 치웠다. 올해 이 여세를 몰아 100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출시 한 달 만에 프리미엄 제품임에도 15만대 가량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수치에 비춰 볼 때 삼성은 정확한 3DTV 판매 대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20만대 이상 판매한 셈이다.
“가장 큰 배경은 품질과 가격입니다. 여기에 삼성 특유의 기술 리더십을 보여 주면서 시장을 주도한 게 주효했습니다. 지난달 세계에서 처음으로 3D LED TV를 발표해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붙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240㎐ 패널이지만 자체 개발한 3D 엔진, 화면을 잔상 없이 선명하게 보여주는 ‘CMR 기법’ 등으로 가장 앞선 3D 화면을 구현했습니다. 아바타로 시작한 극장의 3D 물꼬를 가정으로 돌린 셈입니다. 물론 가격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LED TV와 비교해 평균 300달러 정도로 가격 저항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윤 사장은 “올해 3DTV 판매 목표는 250만대 수준”이지만 “이 추세라면 올해 목표치 조기 달성은 문제없다”고 확신했다. 3DTV뿐만 아니라 3D 타이틀을 볼 수 있는 블루레이 플레이어·홈시어터 판매량도 동반 상승했다. 블루레이 제품은 재고가 없을 정도로 수요가 불붙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삼성은 블루레이 제품에서만 지난해 200만대 정도를 팔았다.
윤 사장은 3D 붐을 확신한다며 그만큼 시장 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정의 중심은 거실입니다. 거실의 중심에는 TV가 있습니다. 중심이기 때문에 각 나라 대표 회사가 TV 산업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TV는 시장 규모로 볼 때 메모리 반도체 세 배 이상입니다. 게다가 전후방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세계에서 374개 업체가 TV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114개, 중국이 102개에 달합니다. 그러나 TV를 포기한 업체는 거의 없습니다.”
이어 윤 사장은 “흑백에서 컬러로 1차 혁명이 일어난 후 디지털TV로 2차 혁명, 다시 3D로 넘어 오면서 3번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일본업체가 3D 패권을 잡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등 물밑에서 자존심을 건 시장 주도권 경쟁이 불 붙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90년대 후반 최초로 디지털 TV를 내놓았다. 이어 2006년 판매 대수로 글로벌 일등을 달성한 데 이어 2007년 매출로 일등에 올라서면서 ‘확고한 1위 체제’를 굳혔다. 올해 들어 지난달 시장 점유율 35%로 ‘TV명가’로 불리는 소니(11.6%)와 격차를 벌이며 국내 TV기술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 TV는 삼성 즉, 우리 자신과 싸움입니다. LED TV가 처음 나왔을 때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삼성이 주도하면서 시장조사업체가 전 세계 시장 규모를 매번 바꿀 정도로 연착륙에 성공했습니다. 3D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 간다는 각오로 뛰고 있습니다.”
윤 사장은 결국 3DTV 시장은 소비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장담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을 줄 수 있는 제품이 결국 시장을 지배할 것입니다. 파격적인 프로모션과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잠깐 반짝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 받은 제품이 최후에 선택받을 수 있습니다. 2006년 1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TV시장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은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