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봉 표준반양자물리연구원장이 30일 과총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이론에 대한 전문가토론회’에서 자신의 제로존이론을 발표하고 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003/100330045932_1882595395_b.jpg)
3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총회관, 국내 과학기술계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치열한 갑론을박의 장이 마련됐다. 지난 2007년 8월 발표 이후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숫자놀음’이라는 혹평 속에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제로존이론’이 3년만에 다시 공론의 장에 등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과학계에서 이미 ‘가치 없는 가설’이라고 판정 내렸던 이른바 비주류 ‘이론’에 대해 옳고 그름의 여부를 떠나 찬반 토론을 벌여보자는 시도였다.
◇“검증 안 된 신비주의다”=제로존이론을 만든 양동봉 표준반양자물리연구원장의 이날 소개에 따르면 제로존이론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리량을 한 개의 단위로 표현해 단위 간의 장벽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로존이론은 발표 당시 정식으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도 없었고 물리학회 등은 ‘과학적 가치가 전혀 없는 주장’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후 작년 5월과 11월에 각각 ‘데이터사이언스저널’과 ‘저널 오브 퓨쳐 스터디’ 국제 학술지 두 곳에 정식으로 논문이 게재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로존이론 반대론자들은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하고 게재 학술지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은 실험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는 학문인 데 제로존이론은 물리적 대상이나 생명체에 숫자를 연관지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신비주의이며 주창자나 지지자 모두 물리학자도 아니다”라며 “논문이 실린 데이터사이언스도 물리학저널이 아닌 단순 인포메이션저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제로존에서 단위별로 7개의 조건을 부여할 때 저자들이 임의대로 좋아하는 숫자를 선택한 것이 문제”라고 따졌다.
◇“과학 패러다임 혁신이다”=반면에 찬성론자들은 제로존이 “과학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지 GG21 CTO는 “새로운 자연법칙의 발견으로 우리나라가 국제 단위 표준 재정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명환 단국대 석좌교수는 “이 이론 전에도 다수 과학자가 국제표준에 상응하는 자연수 또는 인공 숫자로 도치하려는 노력이 많았다”며 “반대론자들이 논문의 신뢰도를 문제삼는 데 과학계에 완벽하게 완성된 논문은 없다”고 언급했다.
◇ 비주류 이론 공론의 장으로=이번 토론회 개최에 대해 과기계 대표 단체인 과총이 제로존이론을 주제로 잡았다는 것 자체에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처럼 논쟁의 여지가 많은 가설을 토론의 장에 끄집어낸 것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참여 중인 이왕재 서울대 해부학과 교수는 “이런 자리를 통해 찬반론자들이 과학적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정면 반박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가운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용어 설명
제로존이론=질량·시간·길이·온도 등 자연을 측정하는 7가지 기본 단위를 모두 숫자로 치환시켜 하나의 공통 단위로 표시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자연을 대상으로 인간이 측정하는 모든 물리량이 숫자로 표현이 가능해지면 이른바 ‘단위 간의 벽’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기존 물리학계에서 ‘1㎏+1m’와 같은 질문에 대한 계산은 불가능하지만 제로존 이론에 따르면 물리적 의미를 갖는 수치를 구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지난 2007년 이 이론이 발표되자 ‘과학계 지각변동을 일으킬 혁신적 이론’이라는 찬사에서부터 ‘검증 가치조차 없는 엉터리 가설’이라는 혹평까지 극단을 오가는 평가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