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제를 모은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킹콩’에 사용된 디지털 이미지 데이터 총량은 100테라바이트(TB)였다. 이 영화는 당시만 해도 전례 없는 엄청난 데이터 양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3D 시대를 화려하게 열어젖힌 영화 ‘아바타’는 미디어 콘텐츠 정보량 면에서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바로 영화 제작에 사용된 서버에 장착된 메모리(D램) 용량만 100TB에 달한 것이다. 이렇게 3D 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콘텐츠 정보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서버는 물론이고 스토리지를 비롯한 IT 시스템의 발전도 필수다.
3D 영화와 TV를 시작으로 실감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영상 콘텐츠의 사실감 있는 표현을 위한 이미지 기술과 그에 따르는 엄청난 정보량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관리하기 위한 IT 인프라 구축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제작사인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제작을 위해 매일 생성되고 처리된 데이터의 용량이 최대 수TB에 이를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렇듯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3D 영상을 얻기 위해 제작사들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의 제작 기간 동안 디지털 영상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급작스럽게 증가하는 데이터의 양을 정확히 예측해 저장·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저장장치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표영 한국EMC 상무(글로벌서비스사업본부)는 “수년 만에 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디지털 콘텐츠 용량이 수천배씩 늘어나면서 스토리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용량 시스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제작사들이 외주 제작을 많이 활용하면서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이동성도 중요한 요구 사항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백TB까지 쌓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유연하게 저장 및 관리하기 위해서는 스토리지의 확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필요한 용량만큼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물리적 저장 공간(디스크)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최대 사용량을 고려한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체적으로 스토리지를 증설하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저장·운영을 위한 공간 확보, 전력 문제 등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설비 운영 제반 비용까지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제작사는 3D 제작용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스토리지와 서버 등의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운용을 위한 미들웨어 등의 인프라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는 대신, 제작 기간동안 사용할 만큼 또는 필요할 때마다 IT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가상 데이터센터를 활용한다.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 Cloud)’ 서비스를 통해 인프라 구축과 관리에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데이터가 늘어나는 제작 기간에 대응해 효율성이 중요시되는 ‘가상화(Virtualization)’ 환경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실제 제작 현장에서 요구되는 데이터 사용량에 최적화된 컴퓨팅 파워를 차용해 사용하는 만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IT서비스 업체들과 통신사 등이 제공하는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의 자원을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전문적으로 3D 작업에 집중하는 제작사라면,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는 경우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용량 3D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해 우선시되는 기능은 제작 기간동안 데이터의 공유가 원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최종 마스터 파일을 공유하면서 데이터를 미세하게 변경시키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동일 국가는 물론이고 원격지 국가에 위치한 다양한 외주 업체들과의 협업을 위한 데이터 공유는 필수적이다. 특히 국가와 지역을 달리한 사용자들 간에도 얼마든지 공유가 가능해야 하므로 데이터 공유 시 속도나 성능 그리고 데이터의 정합성 이슈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표 상무는 “영화 제작사와 촬영 스튜디오, 현지 촬영 로케이션 등은 수시로 변경되기도 하고, 국가와 대륙의 경계를 넘나들며 제작되고 있는 것이 최근 3D 영화의 현실”이라며 “이 같은 데이터 공유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 최적화된 가상화 스토리지를 사용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3D 영상에 사용되는 모든 이미지는 윈도나 리눅스 환경에서 주로 제작되면서 블레이드 서버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서버 가상화 기반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감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 인프라가 동반 발전하고 IT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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