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구조조정은 `기업식`아닙니다"

"중앙대 구조조정은 `기업식`아닙니다"

  “중앙대학교 구조조정은 기업식 구조조정이 아닙니다.”

31일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구조조정 확정안 발표 이후 본지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상아탑의 기업화를 우려하는 학교 안팎의 목소리에 대해 “기업에선 구조개혁을 협의와 토론을 통해 하지 않는다”며 “기업식 구조조정이라면 비용만 투입되는 교육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대는 지난 23일 학내 구성원 의견을 일부 수용해 10개 단과대학·46개 학과(부)로 구성된 확정안을 발표, 이사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백화점식 종합대학’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 대학 사회에 파장을 던진 지 3개월만이다.

박 총장은 이를 두고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학문단위가 세분화돼 있었고 학문의 흐름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달라진 상황에서 가장 역량을 잘 발휘할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안으로 인한 진통은 상당하다. 학부 단위로 통폐합이 결정된 일어일문·독어독문학과 등 일부 인문계 학과의 교수와 학생들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수 주간 천막농성을 벌였다. 총학생회도 본부의 구조조정안 반대에 팔을 걷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반대하는 측은 기업이 대학을 운영하다 보니 돈 되는 학과만 키우려 한다고 비판하는데, 세상 어디서도 기업이 대학 학과를 키워 돈을 버는 경우는 없다”며 기업화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재단법인의 철학인 ‘시장의 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을 대학의 ‘취업사관학교화’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어차피 대학생 대부분이 졸업 후 취업을 원해, 이런 요구를 외면하면 학업과 취업준비로 이중 비용이 든다”며 일부 인정하면서도 “단기적 시각의 시장의 요구 능력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고 사회 선도 능력을 갖춘 인재를 말하는 것”이라며 단편적인 해석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박 총장은 인문학 또한 사회의 수요에 맞춰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인문학과 통폐합을 두고 기초학문 말살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초학문이 배제된 종합대학은 있을 수 없지만, 지금처럼 백화점식으로 운영돼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독문학과라고 해서 독문학을 자신의 인생목표로 삼진 않는다. 사회 진출을 위해선 학부 과정에서 관련 문화와 이슈에 대한 전반적인 소양을 쌓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총장은 이번 구조조정이 “교수들의 연구를 위한 경쟁과 협력을 복돋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