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100개 주요 업체를 선정 개인정보 관리 실태 특별 점검에 나선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정작 국가 대표 포털 사이트인 ‘G4C(www.egov.go.kr)’에는 아이핀(i-PIN) 도입을 미루고 있다. 아이핀 도입에 필요한 예산 5억원이 없어서라는 게 공식 이유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해커의 잇단 공격을 계기로 유출이 잦은 주민등록번호 대신 인터넷에서 본인 여부를 확인해주는 아이핀 서비스가 민관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공공부문 아이핀 도입을 관장하는 행안부의 ‘G4C(www.egov.go.kr)’에서는 아이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9월께 G4C에 아이핀 서비스를 적용키로 일정을 잠정적으로 잡아놓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미 올해 전체 사업예산 계획이 잡혀 있어 아이핀 도입을 위해 별도 예산을 잡기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행안부 측은 “주민등록번호을 아이핀으로 대체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부족·부처간 의견 조율 등이 어려워 서둘러 추진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자민원사이트 ‘G4C’의 아이핀 도입에 필요한 예산은 5억원 가량이다.
이처럼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로는 행안부가 당초 전자 행정 민원에서 주민등록번호를 키(Key) 값으로 사용하는 대형 사이트는 아이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최근 개인정보 유출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뒤늦게 G4C부터 아이핀을 먼저 적용키로 방향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KISA 관계자는 “G4C에서 회원 가입을 아이핀으로 전환한 후 통합아이핀센터에서 전국 시·군·구에 제출한 민원서류를 사용자들이 설정한 비밀번호와 연계해 인터페이스해주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기술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지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서버를 통합아이핀센터에 둬야 하는 데, 예산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이 주민등록등본 발급 등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 G4C에서 조차 아이핀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아이핀 도입을 권장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며 “대국민 서비스 사이트가 먼저 개인 정보보호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