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
장인정신이라는 단어는 현대사회와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단어다. 며칠에 걸쳐 빚고 구운 작품이건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 산산이 조각내 버리는 도예가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단체 ‘아름지기’가 강연과 인터뷰, 자료집을 통해 기록한 ‘장인정신’이라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주제를 다듬어 펴냈다. 장인들의 참된 가치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유홍준(문화유산), 김영일(음악), 배병우(사진), 정구호(패션), 김봉렬(건축), 조희숙(음식) 등 우리 문화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깊이를 더해가며 대중과 공유하고 있는 6명의 전문가를 초대했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각 분야에서 탁월한 안목과 성취를 보여준 이들은 오늘날 장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현대의 장인은 어떤 사람들인지, 과거의 장인과 현대의 장인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 등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정신적 자산을 일깨웠다.
저자들은 각기 장인정신의 정수에 대해 얘기한다. 모든 사람이 장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인정신은 가질 수 있다. 무엇이든 끝까지 하려는 자세와 노력이야말로 장인정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장인정신은 결국 ‘노력’이라는 결론으로 도출된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 분야의 장인이 길러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수많은 시행착오 과정 속에서 이전 작업을 반성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궁리하는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야말로 삶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장인정신은 프로정신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둘 모두 애착과 사랑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시대의 장인으로 꼽은 이들은 결코 누가 시켜서나 얄팍한 의무감을 갖고 일을 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면서 하는 일의 과정과 결과 모두를 사랑했기에 장인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유흥준·김영일·배병우·정구호·김봉렬·조희숙 지음. 북노마드 펴냄. 1만45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