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낯선 곳에서의 플레이

 작년에는 거의 골프를 치지 않았다. 일년 동안 오직 다섯 라운드의 골프를 쳤을 뿐이다. 불황에 업무까지 바빠서 짬을 낼 수 없었다.

 올해 들어 3월 중순에 시즌을 여는 첫 골프를 치게 됐다. 근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골프채를 손에 잡았다. 제대로 볼을 맞출 수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드라이브샷도, 아이언샷도 나쁘지 않았다. 퍼팅은 약간 불안했지만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전반 9홀을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보니 4오버, 40스트로크를 기록했다.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스코어였다. 후반 역시 44스트로크, 올해 시즌 오픈 라운드를 84타로 마무리지었다. 5개월 만의 플레이치고는 괜찮은 스코어였다.

 집에 돌아와서 지난 5개월 동안 연습도 없었는데 어떻게 평소의 스코어를 지킬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더니 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푹 쉬는 동안 내 스윙에 녹아들어 있던 나쁜 습관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치는 골프다 보니 멀리 보내려는 욕심 없이 그저 똑바로만 날아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임팩트에 치중했고, 퍼팅에서도 굴러가는 볼을 보기보다는 머리를 제자리에 지키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170m를 쳐야 연못을 넘겨 그린에 올릴 수 있는 어프로치샷에서는 스리온을 노렸다. 한마디로 말해서 겸손한 플레이를 했다.

 좋은 스코어를 만드는 기본은 ‘겸손한’ 플레이다. 구력이 10년이 넘은 골퍼라면 경험을 해봤겠지만 처음 가는 골프코스에서 스코어가 현저히 좋아진다. 길을 잘 모르기 때문에 겸손하게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질러가는 샷을 때리지 않고 페어웨이 정중앙을 노린다. 캐디의 조언에 겸허히 귀를 기울인다. 이런 점이 좋은 스코어를 만든다. 몇 달 쉬다가 골프를 다시 칠 때도 좋은 스코어가 나온다. 싱글 패를 처음받는 골퍼들은 예외 없이 3주정도 쉰 다음 라운딩을 나갔을 때 70대 타수를 기록한다.

 스코어를 낮추려면 레슨을 받고 연습해야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겸손한 플레이를 하는 마음가짐이다. 겸손하기만 하면 골프코스는 우리에게 좋은 스코어로 보답한다. 이렇게 해주는 골프코스는 어김 없이 세계 100대 코스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