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세상]드라마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화로 만나보자

[만화로 보는 세상]드라마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화로 만나보자

 인기 있던 드라마가 종영됐을 때, 해당 드라마의 여운을 즐기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드라마 다시보기 찾아보기나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감독·배우·작가들의 인터뷰 읽기, 아니면 종영의 아쉬움을 달래며 같은 마음을 나누었던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이 모든 것을 다 하고도 마음이 허전하다면 드라마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화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추노’의 여운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만화가 한편 발간됐다. 바로 본편의 이야기 중심으로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추노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추노(推奴) 앤솔로지 낙인’이 그것으로 드라마 팬들뿐만 아니라 만화 팬들에게도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

 도망간 노비를 쫓는 사람들을 뜻하는 드라마 추노는 과감한 액션과 다양한 캐릭터 그리고 궁궐을 중심으로 한 정치 드라마가 아니라 시대의 모순을 맨몸으로 부딪혀나갔던 조선 상놈들 이야기 ‘길바닥 사극’을 표방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다른 어떤 드라마보다 주인공들 만큼 주변 등장인물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드라마 전개에 큰 힘을 보탰었다.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이러한 등장인물들에게 환호했으며, 마지막 방영까지도 아쉬워했다. 한정된 드라마 방영시간에 맞춰 모든 등장인물들의 숨은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총 8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추노 앤솔로지 낙인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잠재울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집은 단순히 드라마 줄거리를 옮기려는 시도가 아니라 시대극화로서 원작의 성격을 살리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설정과 숨은 에피소드를 발굴하는 데서 그 재미가 있다.

 소현세자와 송태하 장군은 어찌 교분을 나누게 되었을지, 설화는 왜 대길이에게 집착을 하게 되었는지, 천지호와 대길이가 어떻게 만나서 서로 언니 동생하는 사이가 되었는지 등등. 드라마를 보며 궁금했던 이야기들이 만화작가들의 상상력을 얻어 그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또 다른 면으로는 원작인 드라마 추노는 모든 연령대를 겨냥하는 역사드라마인 반면 만화판 추노 앤솔로지 낙인은 여성작가가 여성독자를 위해 그려내는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으니, 여성 독자에 맞춰진 이야기를 읽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물론 심각한 이야기만으로 가득 차 있는것이 아니다. 유머스러운 4컷 만화나 슬며시 웃음이 나는 만화들을 통해 만화만이 지닐 수 있는 위트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윤지운, 고야성, 박설아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단편집으로 만나는 것은 보너스. 더불어 김보현, 효정, 지애 등 신인작가의 작품 또한 작품집의 신선함을 더한다. 추노 앤솔로지 낙인은 드라마 추노를 열심히 보았다면, 혹은 한국 순정만화의 현재를 보고 싶다면 당연히 읽어봐야 하는 필독서인 셈이다.

 백수진 한국만화영상산업진흥원 만화규장각 콘텐츠 기획담당 bride100@par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