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의 종속성을 극복할 대안으로 모바일웹 앱이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웹 앱은 아이폰·안드로이드폰·윈도모바일·바다 등 다양한 모바일 운용체계(OS) 별로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OS에 관계없이 범용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최근 급부상 중이다. 모바일 앱 시장에서 애플·구글 등에 주도권을 빼앗긴 전 세계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휴대폰 제조사, 솔루션 벤더들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에서도 모바일 웹시대에 대비한 기술 표준과 시장주도권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앱과 모바일웹 앱=지난해 11월 아이폰 출시 이후 국내에 스마트폰 열풍이 몰아쳤다. 3G와 무선랜(와이파이)를 통해 자유롭게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사용자 환경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또한 다양한 종류와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들은 시장 확산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애플스토어에는 15만건이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왔고, 고객들은 30억건 이상 다운로드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 등도 자사의 윈도모바일과 바다 등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앱장터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앱장터는 개발자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앱을 사고파는 ‘열린(오픈) 마켓’이자 특정 OS가 탑재된 스마트폰에서만 앱이 구동된다는 점에서 ‘닫힌 마켓’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플랫폼과 이통사업자에 상관없이 어떤 단말로도 앱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를 구현할 방안으로 모바일웹 앱이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웹 앱은 위젯 형태의 웹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브라우저와 미들웨어를 통해 어떤 단말에서도 구동된다.
◇글로벌 표준화를 위한 국가간 경쟁=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활동 중인 국제기구들이 ‘BONDI’ ‘JIL’이며, 지난 2월 MWC에서 발표된 ‘WAC(Wholesale App Community)’ 역시 맥락을 같이한다.
특히 내년초 상용화를 목표로 내건 WAC은 KT·SK텔레콤 등 국내 이통사와 AT&T·버라이존와이어리스·아메리카 모빌·프랑스텔레콤·도이체텔레콤·NTT도코모 등 해외 유력 통신업체가 참여 입장을 밝히고 있어 현실화될 경우 시장 지형에 큰 변화를 이끌며 가장 유력한 시장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WAC 구현을 위한 리더십과 관련 재원 마련, 킬러앱 활성화 등 산적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WAC과 관련된 기술 표준을 둘러싼 국가간 물밑 경쟁은 이미 닻이 오른 상황이다. 해외 유력 이통사들은 이미 ‘오페라소프트웨어(유럽)’ ‘복스(BORQS·중국)’ ‘액세스(ACCESS·일본)’ ‘아징고(AZINGO·미국)’ 등 유명 솔루션 업체들을 지원하며 사전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오비고코리아의 오태안 부장은 “ WAC 발표 이후 해외 업체들은 이미 상호 연합이나 협력을 통해 시장 선점을 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통사와 솔루션, 단말사들이 손잡고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피(WIPI)를 거울 삼아야=WAC는 참여 업체 규모와 수를 볼 때 향후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이 표준을 이끈 사업자가 솔루션과 서비스, 단말 규격을 지배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국내 관련 주체들은 아직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지난달초 KT·SKT·LGT 등 이통3사가 통합 앱스토어 구축과 WAC 대응을 두고 공조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아직은 선언적인 발표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2·3위를 달리고 있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 세계 처음으로 CDMA를 상용화한 이통사, 그리고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는 모바일 개발자 생태계 등을 묶어 시급히 한국 표준을 완성하고 이를 국제 표준으로 유도하는데 역량을 응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모바일 플랫폼 위피(WIPI)가 국제 표준과 거리를 둠으로써 오늘날 그 생명을 다하고 있는 현실을 되풀이하지 말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