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도시광산 천국이다.
일본 도시광산에 축적된 금은 6800톤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지구에 파묻힌 4만2000톤의 16%를 차지하는 양이다. 세계 1위인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도 800톤이나 많다. 은 6만톤(23%)도 버려진 전자제품 속에 녹아있다.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희귀금속 인듐도 전세계 3분의 1이 일본 도시광산에 있다. 세계 매장량 10%인 희유금속의 경제적 가치만 따져도 41조엔(약 490조원)이나 된다.
일본이 여기에 주목한 것은 30여년 전인 1980년대. 당시 도호쿠 대학 선광제련 연구소의 난조 미치오 교수진은 전자제품에 사용된 금속을 재활용한다는 의미에서 ‘도시광산’이란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금속자원 수요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확보가 어려우니 이를 기존 폐가전에서 뽑아내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도시광산 전문기업 요코하마 금속이다. 1958년부터 폐기물을 처리해왔던 요코하마 금속은 1990년대 중반부터 폐기된 PC에서 귀금속을 추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휴대폰에서 금을 추출하는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요코하마 금속은 특히 4% 정도에 불과한 금속채취 비율을 수작업과 습식 제련 방식을 통해 98%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도시광산을 산업 차원으로 승격시킨 것은 도와홀딩스다. 120여년 전 비철금속 제련으로 출발한 도와홀딩스는 십여년 전부터 버려진 IT 기기에서 동뿐만 아니라 금·은·희유금속을 추출하는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도와홀딩스는 지난 2008년 5340억엔의 총 매출 가운데 도시광산 매출이 730억엔(약 8750억원)으로 14%를 차지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비철제련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8.5%까지 떨어졌으나 도시광산 부문은 오히려 7.1%를 기록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과시했다.
이밖에 일본에는 스미토모금속광산·닛코금속 등이 세계적 금속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자원전쟁이 격화되고 금속자원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일본 정부는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하고 나섰다. 최근 일본은 ‘광물자원 안정공급 정책’을 시행하는 등 경제산업성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광물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정책 안에는 소형 가전이나 초경 공구 등에서 광물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내용의 도시광산 활성화 방안이 담겨있다. 특히 일본은 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및 희유금속을 도시광산으로 조달하기로 하고 2013년까지 인듐(90%), 텅스텐(95%), 희토류 금속(80%)의 재활용률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