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60)`넷북` 판매 정점을 지났나?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넷북`이 `태블릿`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아이패드의 출시를 계기로 태블릿 PC의 넷북 공세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IDC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200~500 달러 가격대의 넷북 판매량은 전년대비 33.6% 성장한 48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33.6%의 성장률이 낮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작년 1/4분기 넷북 판매량이 전년 대비 872% 성장한 360만대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단 넷북 급성장세는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넷북의 판매는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의 본격 시판으로 더욱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이어 HP,델,아수스,레노버,삼성전자 등이 올해 중에 태블릿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은 이미 지난 1월 27일 아이패드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넷북이 단지 가격이 저렴한 랩톱에 불과하다"며 넷북에 대해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넷북 판매량의 둔화는 LCD패널 업체의 선적량 감소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만의 IT전문 인터넷 매체인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한스타 디스플레이,AUO,치메이 이노룩스,CPT(청화) 등 대만의 LCD패널 업체들은 넷북 판매량의 둔화에 따라 넷북용 LCD패널의 선적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스타는 넷북용 패널의 공급량이 월간 최대 100만대에 달했으나 최근들어선 월 90만대 규모로 줄었다. 한스타는 넷북용 LCD패널의 주문량 감소에 따라 향후 넷북 보다 더 큰 패널의 공급량을 늘려가고, 신텍 포트로닉스사와 제휴해 터치 패널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AUO의 넷북 LCD 패널 선적량도 월 80만대 규모로 줄어들었다. 에이서의 주문량 덕분에 한스타 보다는 감소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예전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3위의 넷북 패널 사업자인 치메이 이노룩스도 월 70만대 수준의 넷북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치메이와 이노룩스의 합병전 생산량 보다 줄어든 것이다. CPT(청화) 역시 월 20~30만대의 넷북용 LCD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국내 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역시 월간 50만대와 40만대 규모로 넷북용 LCD패널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패널 공급업체들은 이달 3일 출시된 애플의 아이패드가 넷북의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아이패드는 9.7인치 패널을 채택하고 있는데 반해, 넷북은 7인치,8.9인치,10.1인치,11.6인치 등을 채택하고 있다.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LCD패널 공급 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향후 넷북 시장은 태블릿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갈 전망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가격 비교사이트인 프라이스그래버 닷컴이 최근 1631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넷북과 노트북의 잠재 구매자 가운데 대략 5분의 1 정도가 향후 아이패드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넷북이나 노트북 PC업체에 태블릿의 판매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넷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넷북의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물론 넷북이 가격대가 저렴하기는 하지만, 비디오 게임이나 사진 편집 등 고사양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많이 미흡하다. 이에 비해 넷북과 가격대가 가장 비슷한 499달러 짜리 아이패드는 넷북에 비해 훨씬 파워풀한 성능을 자랑한다.

비즈니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휴가 시즌에 판매된 전체 PC 가운데 26% 가량이 넷북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컴퓨팅 시장이 지난해 두자리수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넷북의 판매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결국 PC업체들은 넷북의 판매 둔화를 태블릿 등 다른 품목에서 만회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델,HP등 PC업체들이 태블릿에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