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경영 복귀를 선언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첫 대외 행보에서 삼성이 일본 기업들로부터 더 배워야 할 게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한.중.일 동북아 3국 간의 경제협력이 중요하며, 이를 민간이 이끌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이 회장은 6일 저녁 서울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일본의 대표적 재계단체인 게이단렌(經團聯) 회장으로 내정된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스미토모화학 회장 등 일본 기업인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회장은 경영복귀 후 첫 대외 활동으로 마련한 이날 만찬 자리에서 “한.일.중 동북아 3국의 제조능력이 뛰어나고 무한한 시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따라서 동북가 3개국의 경제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3국 간 협력을 민간이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삼성이 최근 몇 년간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일본기업으로부터는 더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 기업은 서로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삼성 관계자가 전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멀티미디어 가전박람회 CES 현장에서 일본 기업에 대비한 삼성의 경쟁력에 자신감을 피력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도 함께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만찬회동은 이 회장의 대외적 공식 행보”라고 설명했으나 요네쿠라 회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승지원(承志園)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87년 타계한 뒤 그룹을 승계한 이 회장이 선친이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영빈관으로, 선대 회장의 뜻을 잇는 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삼성 경영에서 손을 떼기 전에는 이곳에서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과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삼성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여는 등 사실상의 집무실로 활용해 왔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대외 경영 행보를 시작한 이 회장이 앞으로도 서초동 삼성사옥에 있는 회장실로 출근하기보다는 이전처럼 승지원에서 경영을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