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전기차의 도로주행이 법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기름이 아닌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가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세계 자동차업계에 탈석유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내로라는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전기차 상용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 생각하던 전기차가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온 것입니다. 전기차는 요란한 엔진소음이 없고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아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입니다.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면 우리가 알던 자동차 문화는 크게 바뀌게 됩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서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친환경 자동차로 불리는 하이브리드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봅시다.
Q:전기차는 무엇인가요. 또 어떤 구조로 되어 있나요?
A:전기차는 문자 그대로 순수하게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내부를 살펴보면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움직이는 간단한 구조입니다. 1890년대에 등장한 전기차는 소음, 진동이 적어서 한 때 인기를 끌었지만 배터리 기술의 한계로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와 경쟁에서 결국 도태됐습니다. 무거운 납배터리로 인해 주행거리가 짧고 가속력이 약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지요. 전기차는 최근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 향상으로 오랜 시간 충전하는 불편함과 짧은 주행거리가 개선되면서 고유가 시대에 적합한 친환경 자동차로 급부상하는 상황입니다.
Q:요즘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는 어떻게 다른가요?
A:하이브리드카는 주행할 때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차량을 지칭합니다. 저속 운행시 전기모터, 고속 운행시 내연기관을 쓰기 때문에 보통 자동차보다 연비가 좋습니다. 설령 배터리가 떨어져도 엔진을 돌려서 갈 수 있기에 운전자 입장에서 안심하고 장거리 여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전기모터와 엔진 두 가지 동력원을 탑재한 것은 하이브리드카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우선 차량가격이 매우 비싸지고 차체 중량도 그만큼 늘어나 연료소모를 일정수준 이하로 줄이기 어렵지요. 반면 전기모터로만 움직이는 자동차는 순수 전기차로 분류합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카가 무공해 자동차로 가는 길목의 과도기적 모델이며 석유가 고갈된 미래에는 전기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Q:전기차의 주행성능은 어떤가요?
A:전기차는 현재로선 휘발유 차량의 주행성능에 다소 못미칩니다. 외국 완성차업체들이 판매를 시작한 전기차들은 이상적 도로환경에서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150㎞ 이상 달릴 수 있지만 가속과 제동이 반복되는 시내 교통환경에서는 100㎞ 남짓한 수준으로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듭니다. 만약 전기차의 배터리가 바닥나기 전에 충전할 장소를 찾지 못하면 도로 위에서 멈추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지요. 주행거리의 한계로 당분간 전기차는 근거리 출퇴근이나 시내 이동에 적합한 세컨드카로 간주될 전망입니다. 이달부터 정부는 시속 60㎞ 이하의 저속전기차는 각 지자체에서 지정한 도로구간을 다닐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일반 차량과 대등한 주행성능을 지닌 고속전기차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갑니다.
Q:전기차를 충전하는 시간과 비용은 얼마나 되나요?
A:전기차를 충전하는 시간은 장소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가정에서 쓰는 전원선을 곧바로 연결할 경우 완충까지 7∼8시간 정도 걸립니다. 충전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여주는 급속충전기도 등장했지만 설치비용이 비싸고 고압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일반 가정에 보급되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따라서 밤에 전기차를 완전히 충전했다고 아침에 몰고 나가는 행태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비용은 몇 천원 수준으로 차량운행에 필요한 유류비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보면 됩니다. 정부로선 자동차 유류에서 거둬들이던 세금이 점점 줄어들면 전기차를 위한 전력사용에도 별도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Q:전기차가 일상 속으로 보급되면 어떤 파급 효과가 있나요?
A:전기차는 환경을 개선하고 교통·물류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큽니다. 자동차 매연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도시 차도에서도 그만큼 맑은 공기를 마시고 차량소음으로 인한 피해도 줄어듭니다. 서민들의 유류비 지출이 감소하면서 국민 생계 비용과 기업 활동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의 지원금으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용량의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곳곳에 전기차 충전소가 생긴다면 전기차의 보급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겁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