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출시된 아이패드로 전 세계가 시끌벅적하다.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이들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타블렛PC HP ‘슬레이트’나 MS의 ‘쿠리어’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현상을 보고 있자면, 우리는 PC를 대할 때 일정한 고정관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의 하드웨어(HW)에는 메인 소프트웨어(SW)로 안드로이드나 윈도 같은 운용체계(OS)가 탑재되고 OS위에서 서로 호환되는 다양한 SW가 구동된다는 인식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40여년 전인 1964년 4월 7일 IBM은 새 메인프레임 기종인 ‘IBM System/360(S/360)’을 발표한다. 지금에야 놀랍기는 커녕 아무런 감흥조차 들지 않지만 S/360은 한 대의 단일한 제품이 아니라 6종의 컴퓨터와 40여종의 주변기기로 구성된 일련의 호환기종 모두를 지칭하는 이름이었다. 기업에서 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사용 목적에 맞게 HW에 일일이 프로그램을 짜서 집어넣어야 했던 당시의 상황에서 HW끼리 연결해서 사용한다는 건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S/360은 탑재된 OS/360을 무기로 ‘컴퓨터 호환 전략’을 공고화했다. OS/360은 당시로선 매우 놀랍게도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릴 수 있는 ‘멀티프로그래밍’과 서로 다른 IBM 기종의 SW를 호환시킬 수 있는 ‘에뮬레이션’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S/360 6개 기종은 모두 각각의 SW를 공유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 IBM의 SW도 에뮬레이션으로 360에서 실행할 수 있었다. 즉, ‘OS에 의한 SW 호환’이라는 개념을 업계에 제시한 것이다.
S/360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IBM은 이 때부터 기존의 카드천공 시스템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 완벽히 변신, 전 세계 컴퓨터 시스템 업계의 맏형인 ‘빅 블루’로 성장, 사실상 업계를 독점하게 된다. OS/360 역시 메인프레임 컴퓨터 OS의 실질적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서 사용되던 ‘8bit=1byte’ 체계가 컴퓨터 프로세서의 표준으로 굳어진 것처럼 말이다. S/360의 등장은 그저 한 기업이 출시한 제품의 성공을 넘어서 컴퓨터와 OS에 대한 ‘패러다임’을 만든 셈이다.
지금도 이 개념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콘텐츠, 또는 앱으로 표현되는 클라이언트 SW가 OS라는 플랫폼과 분리돼 형성하는 생태계가 공고화되면서 이런 개념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듯하다. 지금 IBM사업에서 메인프레임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제품은 가도 사상은 남는다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