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시작된 3D 열풍이 TV에도 불어닥쳤다. 삼성전자는 2D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TV를 선보였고, LG전자도 3DTV를 출시했다. 상상만 하던 입체영상의 시대가 도래했다. 요즘같은 IT전환기에는 그 변화를 이끄는 숨은 인물이 있다.
“드디어 3차원(D) 영상 시대가 개막됐습니다. 지난 6년간의 고생이 이제야 결실을 맺는 것 같습니다.”
정태섭 이시티 사장(52)은 3D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도 표정만은 밝았다. 이 회사는 최근 3D 시장이 본격 개화되면서 재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협력해 3D 변환 칩 개발을 완료했다.
정 사장은 이미 6년 전 3D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예상하고 3D 영상 관련 칩 연구에 매진했다. 양산 공급 실적 없이 연구개발만 진행한 지 5년째, 지난해 2D 화면을 3D로 변환하는 칩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3D 콘텐츠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화면 속 동물들이 무척 생생했다. 하지만 당시 3D로 제작된 영상이 거의 없어, 2D 영상을 3D처럼 보이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3D 영상에 대한 수요는 적었고, 이 칩을 찾는 곳도 없었다. 그는 “매출이 거의 없는 회사를 유지하느라 속이 다 타들어갔다”며 “3D 시장이 영영 열리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3D 콘텐츠 수요가 서서히 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시티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국내 대기업 몇 곳과도 공급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업체 티엘아이로부터 14억원의 지분 투자도 받았다.
최근에는 ‘스테레오스코픽 비디오 AF’ 국제표준 채택에 대학·정부출연연·대기업과 공동으로 3D 표준을 일궈냈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연구했다.
지난 1995년 퇴직 후 창업을 준비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분야로 눈을 돌렸다. 삼성전자·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사업은 중소기업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립된 이시티는 그동안 실적 부침이 심했다.
2007년에는 3D 영상 촬영용 칩을 삼성전자에 공급, 휴대폰(모델명:SCH-B710)에 장착했다. 하지만 3세대(G) 휴대폰의 개화 시기와 맞물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 제품은 고작 3만대 남짓 팔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한 끝에 최근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정 사장은 올해 이시티의 매출을 40억원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매출이 거의 없었던 걸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정태섭 사장은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 칩을 거들떠도 안 보던 고객들이 이제는 먼저 연락해 올 정도”라며 “내년에는 300억원까지 매출 수직상승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