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가 첨단화되고 전자장비가 통합됨에 따라 항공기 소프트웨어(SW)의 비용은 증가하고 기술난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VDC에 따르면 전투기의 SW 개발 원가 비중은 2002년 39.7%에서 2006년 51.4%로 현저히 증가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조사에서는 1960년대 미군의 군용기 F-4는 SW 가격 비중이 10%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출시된 F-35의 SW 가격 비중은 40%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로 한국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로 채택한 F-15K는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이라면 그 중 절반인 500억원 이상이 최첨단 기능을 가진 SW가 차지할 정도다.
항공기와 자동차, 금융 등 기간 산업에 활용되는 SW 시장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특히 이들 SW는 각각의 기기를 구동하는 통제하는 역할을 하며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산업시대에는 철강, 항만, 도로, 에너지 등이 경제 발전을 좌우하는 기간산업이었다면 이제는 이들 융합SW가 기간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융합SW 비중 날로 늘어=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최근 발간한 ‘소프트웨어 산업백서 2009’에 따르면 국내 융합SW(임베디드SW) 생산액 규모는 10조2000억원(2008년 기준)이다. 이는 2007년에 비해 20% 성장한 규모로 관련 산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로 살펴보면 융합SW는 연평균 18.1%씩 성장했다. 국내 SW 전체 수출액은 58억6000만달러(2008년 기준)로 2004년에 비해 33.5% 증가했다. 전체 SW수출액 중 융합SW는 2004년 87.7%에서 2005년 87.8%, 2006년 85.9%, 2007년 85.8%, 2008년 84.3%로 매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세계 시장 대비 국내 SW 시장 비중은 1.8%인데 이 중 융합 SW 비중은 7.9%에 이른다. 이는 국내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회사와 자동차 회사들의 융합SW 활용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임베디드소프트웨어산업협의회(회장 유인경)가 최근 발표한 ‘임베디드SW 산업발전 전략연구’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임베디드 SW와 관련된 산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는 약 84조원으로 이 가운데 임베디드SW의 기여도가 약 27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철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무는 “임베디드SW는 그 생산액 규모 대비, 약 3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며 “적극적인 육성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략 SW 키워야=융합 SW 시장이 확대되면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이 포진한 정보기기, 자동차, 조선, 원자력, 의료 등이 전략 분야로 꼽힌다.
자동차의 전통적인 기능인 운행과 관련된 엔진, 기계 기술은 이미 1990년대 중반 일정 수준에 올라 기업 간 더 이상 차별 요소로 보기 어렵게 됐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안전, 환경, 에너지 효율, 인포테인먼트 기능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전장제어장치(ECU)가 필요하며 이를 제어하는 핵심 기술은 융합 SW다. 이제는 어떤 SW가 탑재됐는지가 자동차 판매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여기에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항공 국방도 전략 SW를 육성해야 할 분야다. 항공기에 탑재되는 SW는 오류로 인한 위험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자체 개발한 국방 항공 SW가 있으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전투기를 수출했을 때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다.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보잉, 록히드마틴과 가격 협상도 할 수 있다. 전투기 한 대를 들여오면 25년 이상 사용하는데 무장 장착을 할 때마다 이들 기업이 제시한 SW유지보상 비용을 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현철 MDS테크놀로지 사장은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가 나오려면 시스템 SW와 같은 플랫폼 중심의 핵심 SW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산화에 성공한 SW는 현재의 외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도 가능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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