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급증한 가운데 주가에 미친 영향은 상장사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을 알려 주주들의 호응을 받은 상장사가 있는 반면, 매입 공시 직후 되려 주가가 급락한 경우도 있었다.
상장사들은 올해 1분기에만 4000억원 가깝게 자사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1분기 자사주 매입 금액이 384억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취득 금액이 10배 가량 급증한 셈이다.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장사는 24개로 지난해 1분기 12개에서 두 배가 됐다. NHN, SK케미칼 등 대기업부터 엠게임, 오픈베이스 등 중소 상장사까지 다양했다.
올해 1분기 상장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자사주를 직접 취득하겠다고 밝힌 NHN은 매입을 시작한 3월 22일부터 8일까지 주가가 5.43% 올랐다. 이 회사는 무려 880억원(48만1277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끌어 올려 주주 가치를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김반석 부회장이 한달 새 7억원이 넘는 자사주를 사들인 LG화학도 기간 동안 1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의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이 실적 및 주가에 대한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표가 발벗고 자사주 세일즈에 나섰지만 공교롭게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일도 있다. 지난달 24일 아이리버는 대표이사가 회사 주식 5만주를 장내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이재우 아이리버 대표는 “회사의 발전 가능성과 기업 가치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으로 자사 주식의 매입을 결정했다”며 “아이리버가 중장기적 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책임경영에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대표의 자사주 매입이라는 호재 공시에도 이날 아이리버는 하한가까지 내달리다 12.52% 떨어진 5170원으로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나 고위 임원들의 자기 주식 취득이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보여주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기업 내용과 실적, 사업 전망 등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먼저 확인한 뒤 자사주 매입 호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