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 [데스크칼럼] 비용,리스크,성장의 조화

 “이제는 능률(efficiency)보다 생산성(productivity)이 화두다.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성과를 더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낭비요인을 찾기 보다 추가로 할 일을 더 고민하라.”

덜 쓰기보다 더 버는 데 초점을 맞추라니 경영진이라면 태생적으로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비용절감의 압박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고개를 끄덕일만한 주장이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도요타의 TPS(도요타 생산방식) 신화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 패러다임 변화를 잘 설명하는 문구라는 느낌도 준다.

능률은 ‘올드 노멀’(old normal) 시대의 지배적 규범 중 하나다. 적게 투입하고 많은 성과를 얻는 것(Do more with less)이 핵심 메시지다. 그러자면 단위당 투입비용을 절감하고, 낭비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표준을 강조하고 중앙집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더 팽배해진 시대에는 이런 원칙만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가 힘들다. 뉴 노멀 시대의 경쟁우위는 투입 비용에 집착하기 보다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을 요구한다. 열심히 일하기 보다 현명하게 일하는 것(Work smarter, not harder)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이 때문에 나온다. 그러자면 획일적인 표준화와 중앙집중화보다 차별화와 선택적 집중이 필요하다.

세계적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경영혁신의 화두가 능률에서 생산성으로 바뀌고 있다며, 최고정보책임자(CIO)의 IT전략도 ‘비용, 리스크, 성장의 조화’(Balancing Cost, Risk & Growth)를 핵심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용, 리스크, 성장이라는 3가지 개념은 언뜻 보기에는 상호 배타적이거나 모순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이미 많은 CIO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이슈들이다.

IT조직이 전사 비용절감에 기여하라는 것이 첫번째 메시지다. IT조직이 전사 비용절감에 기여하려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신규 프로젝트 비용을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우 기존 IT운영비를 줄여야 한다. 주요 기업의 CIO들이 유지보수:신규 투자의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전사 비용절감은 IT비용최적화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두번째 리스크 개념은 프로젝트 관리와 신기술 도입전략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수백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형 IT프로젝트가 일정 지연 등으로 삐걱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사례들도 있다.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지만 많은 CIO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급속한 기술 변화도 위협요인이다. 기술 변화 추세와 자사의 도입 목표를 면밀하게 따지지 않은 채 섣부른 투자를 했다가는 기껏 많은 돈을 들여 도입한 신기술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세번째 IT가 성장에 기여하려면, 더 많은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신시장 진출, 사업영역 확대 등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가트너의 올해 CIO 어젠다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13년이면 경영진이 IT에 거는 기대사항 중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창출’(올해 CIO어젠다 6위)이 1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비용, 리스크, 성장’이라는 이 3가지 화두에 개별적으로 잘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정된 자원으로 이 3가지를 조화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쩌랴. 뉴 노멀은 새로운 규범을 요구하고, 새로운 규범을 지배하는 자가 뉴 노멀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CIO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