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 삼성 반도체 사업 일부 인수

계열사 STS반도체로 쑤저우공장 장비 이전

 보광그룹 계열사인 STS반도체통신이 삼성전자가 중국 쑤저우 생산공장에서 운영해온 일부 패키지 사업을 인수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 안에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있는 반도체(SESS) 공장에서 생산하던 중급 시스템반도체 패키지 물량을 전량 STS반도체통신의 우장시 패키지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 공정에서 생산되던 시스템 반도체 패키지 규모는 매출액 기준 약 300억원이다.

 STS반도체통신은 장비를 이전받아 양산 준비를 마치면 하반기부터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SESS 공장의 1라인에서 시스템반도체 및 플래시 후공정(패키징 및 테스트)을, 2라인에서 모듈조립공정을, 3라인에서 D램 후공정 라인을 운영 중이다. 첨단(하이엔드급) 시스템반도체와 D램은 국내 온양공장에서, 일반(미들엔드급) 시스템반도체는 쑤저우 공장에서 패키지 제조를 해왔다.

 삼성전자는 장비를 이전함에 따라 확보되는 공간에서 메모리 패키지 라인을 운영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결정은 수익성이 낮고, 기술 유출 우려가 적은 저가 패키지 물량을 외주제작으로 전환해 메모리 분야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또 온양 패키지 일부 라인 이전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공정 아웃소싱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할 때 특히 기존 협력사인 STS반도체통신이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가 이 같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최종 계약까지 끝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스의 눈>

 보광그룹이 유통레저 중심에서 제조로 무게중심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든든한 배경은 삼성과의 협력 확대다.

 CRT부품업으로 시작한 보광그룹은 유통·레저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었지만 지난 10여년간 여러 차례 M&A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이테크 사업 분야에서 성과가 적었다. 특수 관계인 삼성전자 물량도 남의 떡이었다.

 보광이 하이테크 분야에서 상승세를 맞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삼성전자LCD의 중소형 LCD 디스플레이 패널 모듈 사업을 계열사인 BKLCD가 대량 수주하면서부터다. BKLCD는 현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노키아에 판매하는 중소형 LCD 패널 후공정 분야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보광그룹은 이후 일부 미진한 사업은 정리하고 BKLCD·STS반도체통신·휘닉스피디이·코아로직 등 4개사로 하이테크 분야를 정비했다. 또 4개사의 대표를 전원 삼성 출신으로 배치했다. 후공정 업체인 BKLCD와 STS반도체통신은 김한주 대표가 겸직하는 체제다. 지난해 보광그룹 하이테크 계열사 중 코아로직을 제외한 세 곳은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STS반도체통신은 역대 최고 매출인 2300억원, 휘닉스피디이는 420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 흑자로 선회했다. 특히 BKLCD의 약진이 두드러져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91.04%다. STS반도체통신이 삼성전자의 후공정 사업을 물려받는 것은 보광그룹의 제조 중심 전환의 결정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회사가 올해 4800억원의 매출을 자신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 온양 사업장의 패키지 물량도 인수한다면 패키지 사업은 보광그룹의 확실한 주력 사업으로 부상하게 된다.

 보광그룹 관계자는 “보광의 전략은 제조업을 주력 사업으로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라며 “BKLCD와 STS반도체통신을 필두로 보광그룹의 하이테크 산업이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