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냄새와 뿌연 연기, 을씨년스러운 굴뚝과 배관들. 우리 기억 속의 산업단지다.
산업단지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 경제성장을 이끈 핵심 기반이다. 하지만 막대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물질 배출로 지역사회와의 갈등 문제가 심화되고 경제성장의 기반에서 오염배출원, 혐오시설로 낙인 찍히기에 이른다. 이에 산업단지에서 발생되는 폐·부산물을 자원으로 재이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산업단지 조성 필요성 제기됨에 따라 등장한 게 생태산업단지(EIP:Eco-Industrial Park)다. 생태산업단지는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다른 기업의 원료나 에너지로 재사용함으로써 자원효율성을 높이고 오염을 최소화하는 녹색산업단지다. 폐·부산물의 기업간 순환연계를 통해 산업단지를 지속가능한 친환경 산업단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산업과 환경이 하나로=경제성장 일변도의 정부 기조가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중심이 이동되면서 생태산업단지가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생산기능이 밀집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생태산업단지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을 2006년 말부터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태산업단지란 기업의 부산물과 폐기물을 다른 기업의 원료 및 에너지로 재자원화해 오염물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Zero Emission) 미래형 녹색 산업단지다. 생태적 수용력 평가를 활용해 부지를 선정하고 지역 조경이나 수문학적 환경, 생태계 통합을 고려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한다. 열병합발전 등을 통해 공장 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고 재생에너지를 광범위하게 재활용하기도 한다.
또 생태산업단지 내 원료 대체와 폐기물 통합 처리를 통해 기업간 네트워크는 물론 지역사회 및 기업과의 자원교환·재활용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기존 산업단지는 원료와 제품 위주로 연계되는데 비해 생태산업단지는 부산물이나 폐기물의 연계를 통해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궁극적으로는 오염물의 무배출을 추구, 경제적·환경적 이익뿐 아니라 산업단지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 개선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통합이 가능하다는 게 산단공의 설명이다.
생태산업단지는 에너지 효율 증대와 폐기물 재활용 등으로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폐기물관리·교육 훈련·구매·비상사태 관리·환경정보 등을 공유, 경제적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 기업 이미지 개선에 따른 궁극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추가로 가져올 수 있다.
오염물질을 원천적으로 줄여 환경오염을 방지, 기업의 환경적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점진적으로는 첨단기업 유치는 물론 관광자원으로서의 개발도 가능하다.
이미 유럽과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자원고갈에 대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전력하고 있으며 이를 적용한 생태산업단지 개발도 추진 중이다. 덴마크의 칼룬드보그, 캐나다의 번사이드 지역은 이미 생태산업단지의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단공이 2006년 말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 반월 시화·울산·여수 산업단지를 비롯해 5개 산업단지에 대해 직접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산단공은 사업성과를 확대키 위해 오는 6월 본 사업부터 거점-연계 방식의 광역클러스터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 대상(거점)단지는 5곳에서 8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경부가 정책수립을 담당하고 산단공이 사무국 역할을 수행한다. 현장에 조직돼 있는 사업단은 현장 위주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형 모델 구축 목표=생태단지 구축사업의 최종 목표는 자원 및 에너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고 환경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기본으로 한 한국형 생태산업단지 구축이 목표다.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은 총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인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기반구축 시기다. 생태단지 모델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 기반을 조성하는 게 우선 목표다. 올해부터 2015년까지로 계획된 2단계는 생태단지를 확대하고 네트워크를 확산키로 했다. 이를 위해 지역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형 생태단지는 3단계인 2019년에 완성된다. 국가 생태계가 구축되고 민간체제로 자립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사무국이 중장기 정책과제와 로드맵을 설정하고 지역사업단은 자원순환 목표, 자원순환 네트워크 등 사업목표를 제시하는 역할이다. 부산물 통계조사와 자원순환망을 도식화한 생태산업지도도 사업단 몫이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사업단별 특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산단공은 이에 앞서 ‘산업과 환경이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의 비전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폐부산물을 자원으로 재사용, 오염을 최소화하는 한편 노후 산업단지의 재개발을 통해 생태적인 산업공간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자원순환 네트워크 구축 △생태적 공간계획 △기업참여 확대 △ 지역사회 협력 증진을 통해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산단공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홍보 및 참여유도가 관건이다. 기업이 자원 및 부산물, 폐기물에 대한 자료 공유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번사이드의 경우 사업추진기관이 개별 기업과 협약을 맺고 기업 비밀을 보장하는 한편 프로젝트 참여기업에 규제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지경부와 환경부·국토부 등 관련부처와 지자체의 사업과도 연계할 필요가 있다.
◇협력 네트워크 구축=산단공은 현재 지역현장의 사업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자원순환 네트워크 구성을 추진하기 위해 부산물 통계조사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들어가 현재 3703개사의 원료·폐기물·에너지·수질 관련 정보 1만1674건을 모았다.
이와 함께 각 사업단이 작성한 생태산업지도에 기초해 세부과제를 발굴 중이다. 지금까지 총 107개 과제에 474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총 41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화가 완료된 12개 과제로부터 연간 498억원의 경제적 효과는 물론 이산화탄소 19만7000톤의 저감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산단공은 기대하고 있다.
산단공은 현재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협의 포럼도 27개를 구성, 운영 중이다.
생태산업단지 관련 종합 포털사이트인 ‘EIP 통합정보망(www.eip.or.kr)’도 지난해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EIP 통합정보망’은 자원순환 교환망을 통한 온라인 자원순환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각 지역 사이트도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선진 생태산업단지와의 교류협력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2008년 11월 MOU를 교환한 일본 K-RIP과 기업중심 협력사업을 추진, 지난해 9월 반월시화단지에서 ‘일본 전문가 초청 기술지도사업’을 개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울산에서 생태산업단지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 호주와 캐나다 등지의 전문가를 초청해 기술교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기존 산업단지와 생태산업단지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