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잠들지 않는 벤처의 심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004/100414021816_1797256912_b.jpg)
과거 구로공단으로 불리던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대한민국 벤처의 심장으로 거듭다고 있다.
G밸리는 구로·금천·가산의 영어 머리글자인 ‘G’와 실리콘밸리의 ‘밸리’를 결합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애칭이다. G밸리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넘어 위대하고(Great), 훌륭한(Gorgeous), 국제화(Gloval)된 벤처·IT기업의 터전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구로·금천구 일대에 자리잡은 G밸리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최고의 지식산업 벤처기업단지로 변모했다. 아직까지 과거 섬유·기계 중심의 제조공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제 이 지역은 우리나라 전기전자·IT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디지털 강국으로 꼽히는 대한민국의 기술·산업 메카가 된 것이다.
◇기업 1만개·아파트형공장 100개·종사자 10만명 시대 열린다=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이 지역에는 9415개의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지난 2005년말 5124개에 불과했던 기업 수는 아파트형공장을 중심으로 업체들이 몰려들면서 급상승 중이다. 또 그 추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산단공은 올해 예정된 아파트형공장의 입주만 진행되도 연내 ‘G밸리 1만개 기업 시대’가 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지 내 아파트형 공장 건물만 100개에 달한다. 72개는 이미 준공됐고 28개 건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단지 주변으로도 여러 건물이 들어서며 기업체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성장해 가는 진행형 산업단지인 것이다.
G밸리에는 현재 9500여개의 기업에 12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연간 6조원 규모의 생산활동이 이뤄진다. G밸리의 최대 장점은 역시 저렴한 임차·입주 비용이다. 임차 보증료는 강남의 2분의 1, 관리비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이라는 강점으로 주변 기업체와 연계가 쉽고 상대적으로 우수 인력 확보도 용이한 편이다.
G밸리는 이미 첨단 지식산업단지다. 업종은 IT가 입주업체의 77.6%로 압도적으로 많다. 9500여개사 가운데 소프트웨어·IT서비스 등 비제조IT업체가 4394개에 달하며 제조업IT도 2681개사에 달한다.
◇국내 최대 벤처의 메카로 자리매김=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G밸리 입주 벤처기업수는 1300개에 달하면서 지난 10여년간 벤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테헤란밸리의 벤처 수를 이미 뛰어넘었다. 테헤란밸리(강남·서초구)의 벤처기업 수는 1250여개 수준이다. 지난 10여년간 이어져온 강남 벤처 시대가 저물고 G밸리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벤처산업 지형도가 확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2월 645개였던 G밸리의 벤처기업 수는 2년 2개월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테헤란밸리 기업 수는 1126개에서 고작 95개가 늘어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역별 벤처기업들의 평균 매출액 규모는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62억원, 53억원으로 G밸리 내 구로구 44억원, 금천구 50억원보다 높았다. 벤처기업의 평균 종업원 수는 강남이 26명이고 서초는 24명이었다. 구로와 금천은 각각 23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벤처의 상징은 테헤란밸리였다. 2000년대 초반 엔젤 투자 유치와 코스닥 등록을 통해 수많은 기업들이 강남·서초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 투자자자들이 몰린 곳이어서 자금을 유치하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기술력보다 아이디어로 투자 유치에 집중했다.
벤처 거품이 걷히면서 강남·서초 일대에서 화려한 사무공간을 갖췄던 기업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초기 스타급 벤처기업들도 많은 부침을 겪었고 이런 과정에서 여러 기업이 퇴출되거나 G밸리 등으로 이전했다.
테헤란밸리에 많은 벤처가 있었지만 서로 기술을 공유하거나 공동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협력 모델은 많지 않았다. G밸리는 다르다. 현장에서 사업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인적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쌓는 G밸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입주한 회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유사 업종 간 시너지를 내고 새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 위해 들어오는 업체가 많다는 설명이다.
◇스타기업의 산실로 거듭나자=G밸리에는 이미 스타급 기업들이 적지 않다. 누리텔레콤과 티브이로직·엠씨넥스·고영테크놀러지·푸른기술 등 5개 G밸리 기업이 지경부가 지정하는 ‘2009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ATC)’로 선정됐다. 누리텔레콤과 엠씨넥스는 각각 코스닥 최우수 테크노경영상, 창업대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게임빌과 디오텍·위메이드·멜파스 등은 지난 코스닥 상장을 통해 증권시장에서 이슈를 만들었고, 법정관리 상태였던 파워넷은 매출 800억원대 회사로 멋지게 턴어라운드하면서 새로운 주주를 찾기도 했다. 이밖에 오스템임플란트, 한일월드, 엠텍비전, 인포뱅크, 남성 등 이미 검증받은 기업들도 G밸리에 위치해 있다.
스타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까지 새싹에 가깝다. 도전을 통해 새로운 차기 스타를 꿈꾸는 이들이다. G밸리 입주기업의 70% 이상은 10인 이하 사업장이다. 모든 걸 갖춘, 세팅된 기업보다는 앞으로 발전해나가야할 기업이 많다는 이야기다.
대기업이 고용 확대의 창구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벤처기업의 약진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단지내 유관기관은 물론 정부 차원의 G밸리에 대한 관심과 지원확대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전자신문도 G밸리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최고의 벤처 단지가 될 수 있도록 건강한 조언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