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 얼굴인 김형오 국회 의장이 13일 현 정부의 IT정책 추진 체계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모바일 빅뱅 등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지 못해 그동안 쌓아온 성장 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장은 문제의 원인을 5개 부처로 분산돼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IT정책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찾았다. 따라서 미래 먹거리가 될 정보·통신·콘텐츠 등 이른바 ICCT(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Contents Technology) 분야를 총괄할 통합 부처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회 의장이 IT부처 개편에 대해 직접 언급을 했는데, 사전에 정부와 여당과 협의가 있었나.
▲사전에 협의하지는 않았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직접 나섰다. 문제제기를 해야겠다 생각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올 초부터 국회 실무진과 부처 관계자, 연구원, 관련 인사들도 만나면서 준비해왔다. 천안함 사태 때문에 미뤄왔지만 더 이상 안되겠다 싶었다. 한국의 자존심, IT강국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누군가 나서 종합적으로 확실한 입장을 내놓는 사람이 없었다. 정부나 여당도 내 의견에 공감할 것이라고 본다.
-ICCT 총괄 부처가 정보통신부를 복원하자는 의미인가.
▲아니다. 정통부는 그 나름의 역할을 했다. ICCT 총괄 부처는 정통부의 단순한 부활이나 복귀가 아니라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산업간 칸막이를 철폐하며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미래를 준비하는 기구다. 인프라와 서비스, 기기는 물론이고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로 이어지는 ICCT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게 목적이다.
-과도기 안으로 ‘IT업무조정협의회’를 내세웠는데, 국가정보화전략회의, IT특보와의 관계는.
▲위원회와 특보는 스태프 조직이다. 그런 기구들로는 중심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이 작동하지 않는다. 협의회는 부처 출범 이전의 전담 조직이고, 이것을 이끌 책임기관과 책임자를 지정해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처럼 우리 국민은 발동을 걸면 잘나간다. 할 수 있다.
-정통부가 해체됐을 때 업계에서는 규제기관이 없어졌다고 반기기도 했다. 정부조직 개편이 규제 완화나 선진화보다 중요한가.
▲컴퓨터, 인터넷, 게임 등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았던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은 자유와 창의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 돼야 하고 규제가 발전을 옭아매서도 안 된다. 정부는 최소한의 규제를 해야 한다. 그걸 부처가 잘 조정하고 조율해야 한다. (정통부는) 초고속망 인프라만 깔고 안주한 부분이 있다. 지금은 무선인터넷 시대다. 여기에 맞는 정책을 만들 통합된 부처가 나와야 한다.
-인수위 시절, 정부조직 개편에 참여하지 않았나.
▲물론 그렇다. 당시는 IT가 모든 산업에 녹아들어가 융합될 것이라고 보고 5개 부처로 쪼갰다. 정통부 역시 방송과 융합하겠다며 해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고, IT의 주도권도 놓쳤다. 관료들의 IT적 사고에 한계가 있었다.
-국회에 특위를 만들건가. IT경쟁력 복원은 생태계 조성인데,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건가.
▲특위는 아직 생각 안 했고, 문방위 의원들이 공론화해줬으면 한다. 충분히 고민했지만,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정부, 관련 기관, 국회가 함께 고민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부처들 간 ‘의논’만 해서는 의논만으로 그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