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방송통신위원회에서 5인 상임위원 조직은 별도로 분리되고, 그 자리에 장·차관 있는 형태의 조직이 필요하다. ICT 정책부처를 독임제로 하지 않으면, ICT 위상의 추락은 멈출 수없다.”
지난 2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직을 중도 사임하고 인재양성을 위해 학계로 복귀한 이병기 전 방통위 상임위원(서울대 교수)이 ICT 정부부처 조직과 관련해 퇴임후 한달여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어조에는 ‘IT산업 붕괴’에 대한 안타까움이 강하게 묻어났다. 방통위 현역 상임위원으로서는 말할 수 없었던 소신과 대안도 명확하게 표명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요즘 ICT 위상 추락의 배경으로 부처 조직의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는데.
▲모두가 현행 조직 틀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방통위도 기존 위원회 틀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무총장제 카드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정도로 우리가 추락하고 있는 세계적인 IT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다. IT강국 재도약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모든 부처 조직을 재구성해야 한다. 머리와 팔·다리, 몸통이 분리된 현 구조에서는 이미 하락세로 완연히 돌아선 ICT위상을 되돌릴 수 없다.
-어떤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는지.
▲원칙은 하나다. 서비스·네트워크·소프트웨어·콘텐츠·기기 등의 가치사슬이 하나로 묶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중복과 갈등 원인이 되는 요소를 정리해야하고, 그것은 해당 분야를 한 독임제 부처로 모아 놓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2년간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 산업을 키워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라면, 현행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에서 상임위원 조직은 별도로 분리하고, 그 자리에 장·차관을 둬 장관이 있는 독임제 형태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치사슬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부처가 탄생한다면, 방통위 조직을 계승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기존 정보통신부가 해온 핵심을 가지고 있다. ICT산업의 핵심은 네트워크다. 네트워크상에 있는 소프트웨어·콘텐츠 등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 ICT산업의 정통성인데, 그걸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ICT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고, 그 기반 위에서 ICT 글로벌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