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코리아가 추락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했다. 세계 각국은 다시 일궈낸 한강의 기적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햇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IT 정책을 총괄할 부처가 없어졌고 혁신적 서비스는 디지털 쇄국주의에 힘을 잃었다.
단지 감상적 판단이 아니라 각종 통계를 봐도 한국은 IT 선진국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모바일 인터넷 지표는 후진국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보급률은 1%를 조금 넘는다. OECD 평균인 20%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스마트폰조차 세계에서 80번째로 도입한 국가가 한국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모바일 인터넷으로 전자상거래를 할 수 없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 시장이 2년 전에 1조엔 규모를 넘어섰다. 전세계 평균 60%대인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98%라는 기록도 우리나라가 갖고 있다.
IT 제조업도 전망이 밝지 못하다. 애플 아이폰이 가져온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아직 맥을 못추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세계시장에 각각 2억2710만대(19.9%)와 1억1790만대(10.3%) 휴대폰을 팔아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640만대를 팔아 3.7%(5위) 점유율에 그쳤다. LG전자 점유율은 1%를 밑돈다. 애플 아이폰(14.4%), 림 블랙베리(19.7%), 노키아(38.8%)는 물론 대만의 HTC(6.0%)에도 크게 뒤졌다.
IT 강국의 쇠락은 전략적 정책의 부재와 그로 인한 규제 남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인터넷 혁명을 가져왔지만 인터넷실명제와 지도 관련법, 전자상거래법, 게임법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반쪽 짜리 서비스를 받고 있다. 포털에 동영상을 올리려면 실명 인증이 필요하고, 스마트폰에선 아예 게임을 즐길 권리조차 없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위성 지도 서비스 기술을 갖고 있지만 법에 묶여 낮은 해상도에 만족해야 한다. 몇만원 짜리 물건 하나를 인터넷으로 사는데도 공인인증서를 시작으로 복잡한 결제 과정이 필요하다. 그나마 스마트폰에선 그림의 떡이다. 이 모든 괴로움은 한국 네티즌만의 일이다. 외국 네티즌은 자유롭게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향유하고 있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이제라도 웹 2.0의 세계적 흐름을 함께 타야 한다”며 “각종 규제가 가로막은 한국의 왜곡된 정책 환경을 바로잡아야 IT 강국의 르네상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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