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2부-1>3D대전, 한일전으로 압축

삼성전자·LG전자와 소니·샤프 싸움 `볼만`

 3DTV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 기업끼리 자존심 대결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전통의 라이벌전을 연상케 하는 축구처럼, 3DTV 시장을 놓고 벌이는 양국 기업 간 싸움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전자왕국 일본 기업은 3DTV를 통해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고, 한국 기업도 ‘3DTV=코리아’라는 공식을 만들어 갈 태세다. 4년 연속 TV시장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3DTV 시장에서도 내심 ‘이대로’를 외치고 있고, LED TV에서 삼성에 기선을 제압당한 LG전자는 3DTV만큼은 1등을 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

 그렇다면 TV메이커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힘들다” “알 수 없다” 3DTV 특장점을 묻는 질문에 대한 TV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일본 업체들의 제품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국내 기업 간 비교에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공통적으로 영상물의 원근감(Depth), 3DTV 화질과 직결되는 패널 응답 속도, 콘텐츠 경쟁력이 3DTV 시장에서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특히 뎁스 값은 3DTV 시장을 결정짓는 최대 관전포인트로 꼽혔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달리 46∼55인치대 TV에서는 영상물의 원근감을 나타내는 뎁스값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절대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삼성전자 3DTV는 시청자 친화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화질 논란에도 2D 영상을 3D로 전환하는 기능은 취향과 기호가 다른 시청자들에게 ‘골라 보는 재미’를 부여했다. 삼성 3DTV는 소비자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영상물이 튀어나오는 느낌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 TV 평면에서 영상물이 앞으로 많이 나올수록 어지러움이 발생하는 등 휴먼팩터가 생겨날 수 있다. SBS 관계자는 “뎁스를 많이 주면 눈이 빨리 피로를 느낄 수 있다”며 “삼성 TV는 시청자가 자신의 신체에 맞는 최적 TV시청 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3D에 관한 종합 솔루션 제고 측면에서도 한국 TV업체는 강점을 지닌다. 삼성전자는 3DTV뿐 아니라 3D 블루레이디스크 타이틀, 3D 블루레이플레이어를, LG전자는 150인치 대화면 프로젝터까지 라인업으로 갖췄다.

 LG전자 3DTV는 1200개에 달하는 LED 소자를 화면 후면 전체에 배치해 같은 3D 영상이라도 일반 에지(edge) LED보다 더 밝게 표현한다. 기존 셔터안경 방식 3DTV의 밝기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

 콘텐츠는 일본 기업들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드웨어와 3D용 콘텐츠를 수직계열화한 일본 기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은 하드웨어와 부품의 수직계열화가 아니라 하드웨어와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수직계열화에 있다.

 소니는 3D 관련 콘텐츠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소니PCL’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는 등 콘텐츠 경쟁력에서 타 TV 업체에 비해 앞서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니가 TV명가 재건을 위해 3D에 올인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여기에 미국 최대 스포츠채널인 ESPN을 등에 업고 공략에 나섰다. ESPN은 오는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축구 개막전부터 3D 중계를 시작한다. 올해는 월드컵 25개 경기를 포함해 대학농구 및 미식축구,자동차 경주 등 85개 경기를 3D로 중계할 예정이다. ESPN은 소니의 프로페셔널 HD카메라를 후원받아 제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PGA투어의 HDTV 권리를 갖고 있는 미쓰비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와이에서 열리는 소니오픈을 3D로 중계할 계획이다. 파나소닉 역시 3D 열풍을 불러 일으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 투자를 하는 등 콘텐츠에 일찍 눈을 떴다. 파나소닉은 위성방송 사업자로 HD TV시장을 선도해온 다이렉트TV와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었다. 미국 내에서만 18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다이렉트TV는 오는 6월부터 스포츠와 영화 등을 집중 방송하는 3D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 다이렉트TV와 폭스 채널은 오는 7월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기를 3D로 중계할 계획이다.

 일본 기업의 TV 기술도 만만찮다. 소니 브라비아 3DTV는 풀 HD 화질의 에지 방식 LED를 사용한 LCD TV로, 셔터글라스 안경과 결합해 3D 이미지를 구현한다. 또 2D에서 3D, 3D에서 2D로의 변환 기능을 탑재해 버튼 하나로 2D 영상을 3D로 감상할 수 있다.

 소니는 3D 안경을 착용했을 때 시야가 어두워지는 점을 감안해 3D 신호가 감지될 경우 기존의 LED 백라이트에서 빛의 양을 두 배 이상 증가시켜 3D 영상을 보다 밝고 선명하게 구현하는 LED 부스트(boost) 기능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한다. 소니코리아 오쿠라 기쿠오 마케팅 본부장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조되는 3DTV 시장에서 소니의 장점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파나소닉은 미국 가전 제품 판매점인 베스트바이(BEST BUY)와 제휴를 맺고 3DTV 전용코너를 주요 도시 300개 점포에 설치했다. 또 미국서 판매할 제품 판매가를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가격’ 배수진을 쳤다. 파나소닉은 올해 미국시장에서 50만대 이상의 제품을 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샤프도 3DTV 경쟁에 뛰어들었다. 샤프가 준비한 비밀병기는 ‘세계 최초 4원색 3D LCD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마사후미 마쓰모 샤프 부사장은 지난 12일 “아쿠스(AQUOS) 3D LED TV를 중국·유럽·미국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프 3DTV는 R(빨강)·G(녹색)·B(검정)로 불리는 전통적인 TV 3원색인 노랑(옐로)을 발광기술기술로 추가해 높은 휘도를 자랑하는 게 특징이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