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포터에 보면, 마법에 걸린 책과 신문이 나온다. 그 책과 신문 사진 속의 인물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말도 한다. 지난 주말부터 판매가 시작된 애플의 아이패드를 위해 개발된 잡지의 프로토타입을 보면,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책을 보는 듯한 착각을 가지게 한다. 잡지 표지에 있는 모델이 걸어 다니고 광고 속의 어린아이들이 장난을 친다.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출판업체들은 다시 한번 새로운 단계의 디지털 혁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면서 인터넷과 CD롬의 등장으로 출판업계는 본격적인 디지털 혁신을 시작했다.
그 첫 단계는 디지털화된 콘텐츠를 CD나 웹사이트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다. CD는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고, 웹사이트는 PC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이동성의 제약이 있었다. 최근들어 다양한 모바일 기기, 특히 아마존의 킨들과 같은 e북의 등장은 이와 같은 이동성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e북은 기존의 인쇄매체를 그대로 디지털 매체에 다시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생산과 운송 비용의 절감 외에는 기존 인쇄매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다른 모바일 디바이스 또한 좁은 화면 크기와 제한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인해 기존의 출판매체를 대체하는 데는 제한이 있었다. 애플의 아이패드로 시작된 출판업계의 새로운 디지털 혁신의 핵심은 책, 신문, 잡지와 같은 출판물이 소프트웨어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킨들에서는 단순히 콘텐츠만을 공급하던 신문사와 잡지사들이 아이패드에 대비해서 서둘러 자신들만의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고 있다. 이제까지 출판업계의 디지털 혁신이 물리적 출판매체를 디지털 출판매체로 대체하는 데에 그쳤었다면, 앞으로 디지털 혁신은 소프트웨어로서의 출판물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그 매체의 끊임없는 변화가 핵심이 될 것이다. 이미 와이어드(Wired), 파퓰러 사이언스, 또는 VivMag과 같은 잡지들은 디지털 출판매체의 특징을 살린 획기적인 형태의 디지털 잡지 앱의 프로토타입을 소개하고 있다. 머지않아 비슷한 형태의 소프트웨어로서의 신문과 책 앱을 보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디지털 매체의 발전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장르의 출현을 가능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로 진화한 출판매체는 다른 디지털 기술과 결합,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무한혁신의 단계에 들어서게 될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등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멀티미디어와의 결합뿐만 아니라, 내장되어 있는 GPS를 이용, 구독자가 현재 있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는 소설 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로서의 출판매체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원리를 콘텐츠뿐만 아니라 편집과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과연 성공할 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로서의 출판물 등장으로 출판업계는 이제는 돌아설 수 없는 디지털 무한 혁신의 강을 건넌 것이다.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xy23y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