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립
내가 스스로 내 인생을 창조한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정말 우리는 우리 인생을 만드는 주체인가?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이 세계의 모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식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은 감각 신경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 뇌로 전자기적 자극으로 보낼 때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제한돼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외선을 보지 못한다. 또 전자기장을 감지할 수 없다. 오감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의 양은 대략 1초에 약 4000억비트에 이른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이런 장벽을 넘어서 외부 환경을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자신과 우주, 그리고 내면의 힘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나’를 통찰하고 자신 안의 잠재력이 실재하며 개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벽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미래로 들어간다는 것. 매일 하루의 일정시간을 할애해 세계에 대해 관찰을 연습하고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그려보면서 노력해간다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2004년 이래 전세계 30개국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훳 더 블립 두 위 노우(what the bleep do we know)’가 기반이 됐다.
책에서는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의식이 스스로 창조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부정하고 남을 탓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저자들의 이런 고찰이 사회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벽에 부딪힌다. 경제적 장벽, 자연의 불가항력적인 힘, 타고난 능력 등 우리의 의지를 옭아매는 요소는 너무나 많다. 그런 인간들에게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고,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단언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 윌리엄 안츠·마크 빈센트·벳시 체스 지음. 박인재 옮김. 지혜의나무 펴냄. 1만5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